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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회식 안해요" 사장님 울상…장년층 지갑 닫았다

[서울경제·신한카드 TPO소비지수]

■ 방역완화 전후 소비 분석

코로나로 줄었던 회식·모임 등

3분기 급증했다 4분기 들어 감소

억눌렸던 여행 등 이동수요 회복

하이패스·고속버스 이용 증가세

2030, TPO지수 매달 100 넘겨

60대 이상은 9·12월만 반짝소비

민간소비 올해 2.5%증가 그쳐





서울경제·신한카드 TPO소비지수는 소비 변화에 민감한 업종과 이용 행태를 15개로 분류해 각각 T(시간)·P(장소)·O(나머지)로 나눠 살펴본 지수다. 15개는 한국은행 소비심리지수와 상관성이 높은 업종들을 선정했다. 한은 소비심리지수는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미래지향적인 측면이 크지만 TPO소비지수는 매출을 기반으로 분석해 현재 시점의 소비를 잘 반영한다. 이같이 국내 카드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은 처음이다. 신한카드는 “TPO소비지수는 생활밀착형 소비 업종을 중심으로 한 민간 소비지수”라고 밝혔다.

소비 시간이 얼마나 확대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시간 관련 지표인 T지수는 △평일 야간 주점 이용 △주말 요식업 소비 △평일 이미용 이용으로 나눴다. 이동 업종 관련 지수인 P지수는 △주요 상권 소비 △대중교통 이용 △주유 업종 평일 소비 △택시 이용 △고속버스·철도·하이패스로 세분화했다. O지수는 나머지 다양한 업종에 대한 소비를 알 수 있는 지표로 △쇼핑몰 이용 △체육 시설 이용 △소상공인 매출 △한의원·한약방 매출 △대중목욕탕 △생활 필수 업종 △편의점 업종 소비로 세분화했다.

T지수 중 평일 저녁 야간(오후 6시~자정) 요식 업종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소비 회복 수준이 가장 가팔랐지만 지난해 4분기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평일 저녁 야간 요식 업종 지표를 살펴보면 1분기 평균 96.90에서 2분기 평균 105.21, 3분기 평균 107.1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4분기 평균은 104.93으로 주춤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하지 못했던 저녁 회식이나 모임 등이 3분기 이후 급격히 늘었지만 물가 상승에 부담을 느끼며 소비지출이 줄어들었다.

이동을 분석한 P지수도 코로나19 이전 대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하이패스·고속버스 등 원거리 이동 수단의 소비 회복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엔데믹으로 그동안 눌려 있던 여행 등 이동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일본·동남아 등 해외여행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이 수요가 먼저 증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P지수 중 고속버스·하이패스 관련 지수는 1분기 평균 98.64에서 2분기 평균 103.38, 3분기 평균 104.31, 4분기 평균 104.59로 꾸준히 높아졌다.



TPO소비지수를 세대별로 나눠 보면 확연히 다른 소비 회복을 확인할 수 있다. 예상대로 코로나19 이후 2030세대가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 회복에 나서고 있다. 2030세대의 TPO소비지수는 코로나19 기간 대비 매월 모두 100을 넘겼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2030세대는 이동지수(P지수)가 특히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다른 세대보다 여행 등에 적극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4050세대도 지난해 전반적으로 전체 TPO지수보다 이동지수인 P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택근무 등이 줄면서 회식과 모임 등이 늘어나 이동이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60대 이상은 지난해 코로나19 기간 대비 소비 회복이 더디게 나타났다. 60대 이상의 TPO소비지수는 지난해 100을 넘긴 달이 9월(100.95)과 12월(100.72)밖에 없었다. 특히 60대 이상은 여행 등 이동을 최소화하는 만큼 P지수가 전반적으로 낮았다. 60대 이상의 P지수는 1분기 평균은 97.30, 2분기 평균은 99.72, 3분기 평균은 99.70, 4분기 평균은 99.36으로 모두 100을 하회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60대 이상은 여전히 코로나19 위험에 민감해 이동을 자제하는 바람에 소비 위축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소비심리 지표도 이미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2% 줄었다. 3개월 연속 하락인데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인 2020년 10~12월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소비 증가세를 이끌었던 서비스업 생산도 부진하다. 지난해 11월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은 전월보다 4.0%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고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5.0% 하락해 3개월 연속 후퇴했다.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외부 활동도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전망은 더 좋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민간 소비 증가율이 지난해 4.6%(전년 대비)에서 올해 2.5%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IB) 노무라는 올해 한국의 민간 소비가 0.2%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민간 소비 역성장 전망은 각종 악재가 산적한 탓이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5% 안팎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가 소비 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경기 침체에 따른 고용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한층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앞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지난해(81만 명)보다 줄어든 10만 명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 둔화가 본격화해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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