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 생명과학본부가 미국 시장을 선도하는 항암신약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새 목표를 세우고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드라이브를 건다. 미 의약품 개발사 아베오 파마슈티컬스 인수합병(M&A)을를 발판으로 향후 자체 항암신약 개발·상업화 역량을 갖춰 글로벌 톱30 제약사로 올라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당뇨, 성장호르몬, 백신, 에스테틱 등 기존 주요 사업을 고루 성장시켜 2027년 매출 2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19일 LG화학은 아베오 인수를 위해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톤 소재 자회사인 ‘LG화학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에 5억 7100만 달러(약 7072억 원)를 출자했으며 20일 M&A를 최종 완료한다고 밝혔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아베오를 항암사업 개척과 성장을 이끌 미래 바이오 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고,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해 항암 중심의 글로벌 톱30 제약사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과감한 R&D 투자에도 영입이익률 10%=LG화학에 따르면 이 회사 생명과학본부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 6640억 원과 영업이익 660억 원, 연구개발(R&D) 투자 1900억 원의 경영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까지 더한 연간 매출은 9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회사 측은 추정하고 있다.
LG화학 생명과학 사업이 10%에 가까운 역업이익을 내는 비결은 국내 다른 제약사들과는 달리 자체 제품 매출 비중이 95%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높은 자체 제품 매출 비중을 바탕으로 고수익 기반을 단단히 구축했다”면서 “이것이 매출의 30%를 R&D에 투입하면서도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지난해 당뇨, 성장호르몬, 백신, 바이오시밀러, 난임, 에스테틱 등 주요 자체 개발 제품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였다. 회사 관계자는 “성장호르몬 ‘유트로핀’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46%, 당뇨약 ‘제미글로’ 점유율은 23%로 둘 모두 해당 시장의 선도제품"이라며 “백신 사업도 소아마비 백신, 혼합 백신 등 영유아 기초백신 글로벌 공급을 확대한 결과 지난해 1000억 원 매출을 조기에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일본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현지 점유율 40%를 넘겼고, 한국과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난임 사업도 전년 대비 약 40% 성장했다. 에스테틱 분야에서는 올해 중국 필러 사업에서 40%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도 영업·마케팅 차별화로 주요 제품의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아베오 발판으로 글로벌 제약사 도약=기존 사업 외에 올해 LG화학이 세운 가장 큰 목표는 ‘미국 항암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미래 전략을 본격 가동한다는 것이다.
항암제는 세계 제약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분야로 2021년 250조 원 규모에서 연평균 10.4% 성장해 2026년 4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미국 시장이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LG화학은 이번 아베오 인수로 항암제 시장에 단숨에 진출하게 됐다. 아베오는 2002년 미 메사추세츠주 보스톤에서 설립한 회사로 항암제 분야 임상개발·허가·영업·마케팅 등 항암제 분야 종합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성분명 티보자닙)’의 FDA 허가를 획득했고 지난해 1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약은 올해 2100억 원, 2027년엔 4500억 원에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LG화학은 추정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미국은 보험, 약가 제도, 유통 구조 등이 한국과 달라 신약 개발 단계부터 현지 시장에 특화된 상업화 역량이 필요하다”며 “이런 점에서 경험과 역량을 가진 아베오 인수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오는 포티브다 외에도 임상 3상 진행 중인 두경부암 치료제 등 개발 단계 항암 파이프라인을 3개 확보하고 있다. LG화학은 자체 파이프라인과 아베오의 신약 후보를 고도화하는 데 2027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고 이 중 최소 4개의 항암·대사질환 글로벌 신약을 2030년까지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미 시장에서 상업화 역량을 지속 강화하는 한편 항암제 임상·허가 역량을 높여 글로벌 혁신 제약사 도약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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