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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서 연금으로 바뀐 칼날…KT 수장 잔혹사 [시그널]

민영화 추진부터 SKT 1대 주주서 내려라 압박

역대 5명 대표이사 중 연임 시도 2명 검찰 수사 중 낙마

구현모 대표는 국민연금 공개적 연임 반대로 몸살

성남 KT 본사/사진제공=KT




한국정보통신에서 KT(030200)로 정부의 품을 떠나 민영화 한 지 21년이 됐지만, 아직도 KT는 정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영화 이후 KT의 수장 다섯 명 중 초대 이용경 전 사장을 제외한 네 명 중 두 명은 연임을 시도하다 검찰 수사를 받으며 물러났고 한 명은 꿋꿋이 버텼다. 나머지 한 명인 구현모 대표는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비판 속에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민영화 시작부터 외풍 불었던 KT


2002년 6월 5일 열린 KT 완전 민영화 성공 축하연 /사진제공=KT


김대중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공공부문 개혁을 내걸고 포스코·한국중공업 등 주요 공기업에 대해 민영화 방침을 세웠다. KT도 그중 하나였다. 정부 보유 지분을 모두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은 정부 지분 일부를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해외 투자자에 팔면서 순조롭게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02년 들어 김대중 정부 임기 막바지에 접어들며 민영화는 동력을 잃었다. 2002년 2월까지만 해도 남은 정부 지분 28%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심이 높았지만, 정부가 민영화된 후 KT의 1대 주주 지분은 3%를 넘기면 안 된다고 밝히는 등 소유구조를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해 4월부터는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제한하고, 연기금을 동원해서 민영화를 완성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공모에서 SK텔레콤과 LG전자, 삼성생명, 대림산업, 기업은행, 효성이 참여했지만, 삼성생명과 기업은행, 효성은 주식을 배정 받지 못했다. 당시 지분을 인수한 어떤 민간 주체도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제가 적용됐다.

특히 SK텔레콤이 1대 주주에서 2대 주주 이하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고 압박하다 결국 KT와 주식 맞교환 형식으로 1대 주주에서 내려오게 했다.

이는 국가 기간 산업인 통신을 특정 기업이 장악하게 둬서는 안된다는 우려 때문에 짜낸 정부의 묘안이었다. 무조건적인 민영화가 답이 아니라는 여론의 기세를 수용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민영화 첫 단추부터 KT는 공공을 내세워 실은 관료의 아래 두려는 ‘관치’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연임 시도→검찰 수사→낙마의 도돌이표


이용경 당시 KT 사장(왼쪽)이 2002년 8월 21일 오전 이사, 감사 및 주요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사회에서 황주명 사장추천위원장과 경영계약을 체결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KT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KT는 대표이사의 임기가 정부 출범 시기와 맞물릴 때마다 홍역을 치렀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02년 8월 임기를 시작한 이용경 초대 사장은 한국통신 연구원 출신 내부 인사다. KT의 자회사인 KTF 대표를 거친 그는 2005년 8월까지 무난히 임기를 마쳤다. 다만 당시에도 이용경 사장이 연임을 추진하다, 목표보다 낮은 실적을 이유로 연임 불가론이 퍼지며 무산됐다.



KT재무실장을 거쳐 KTF대표로 있던 남중수 전 대표가 뒤를 이었다. 그는 KT가 진정한 민간 기업으로 자리잡으려면 KT 사장이 연임하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KT는 2008년 3월 주주총회에서 민영화 이후 최초로 연임을 확정했다.

하지만 당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초기, 2008년 10월 검찰은 남 전 사장이 뇌물을 받았다며 압수수색과 구속을 이어갔다. 남 전 사장은 결국 구속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남 전 사장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3억원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과 추징금 2억 7000여만원을 선고했다.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남중수 KT 사장이 지난 2008년 11월 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연임 시도→검찰 수사→낙마의 도돌이표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김영삼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석채 전 사장이 2009년 1월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회장으로 승진했다. 그 역시 2012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일부 노조의 반발 속에 연임을 확정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그해 10월 검찰은 이 전 회장이 배임 혐의가 있다며 KT본사와 이 전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자 이 전 회장은 11월 사임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친분이 있는 사람이 운영하는 회사를 돕기 위해 적정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여 KT에 103억 원의 손실을 끼쳤다며 기소했다. 또한 이 전 회장이 비자금 11억 6000여 만원을 만들어 유용했다는 횡령 혐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기업 인수 당시 가치 평가가 부실하지 않았고, 조성한 자금은 직원 격려금 등 회사 경영을 위해 썼다”면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이 2013년 12월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전 회장이 떠난 2014년 1월 임기를 시작한 황창규 회장은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외부 인사였지만, ‘친박’으로 분류됐다. 그는 2017년 3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그도 2018년 국회의원 정치자금 ‘쪼개기 후원’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다만 검찰은 그를 불기소 처분했고, 그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연임 임기를 지킨 대표가 됐다.

구현모 호의 앞날은


KT내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중반기인 2020년 3월 대표이사가 된 구현모 사장은 영업이익이 44% 증가한 2022년 11월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고,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김태현 이사장은 12월 취임 100일 맞이 기자 간담회에서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겨냥해 “(KT와 같은)소유 분산 기업의 대표이사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며 압박했다. KT 이사회는 국민연금을 의식해 경선을 재차 진행한 뒤 구 대표를 다시 선정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의결권 행사 등 수탁자 책임 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며 주주총회가 열린다면 반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연금의 이례적인 반발에 나머지 연금이나 주요 주주들도 자신들의 주요 주주인 연금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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