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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구도 성장률도 꺾이는데 한국의 갈 길은?[뒷북경제]

中 3% 성장·인구 61년만에 감소…'脫중국' 새 성장공식 짠다

中 저성장에 한국도 흔들릴 우려…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 개척하고

對中 무역수지 1년새 20분의1토막…역조현상 가팔라져

中 자체 공급망 구축·애국소비에 '중간재 역할'도 잃어가

전문가 "신시장 컨트롤타워 필요…중남미 등도 공략을"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 경제를 견인했던 중국 경제에 급제동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위협 요인으로 지목됐던 급속한 성장 둔화 및 노동인구 축소 우려가 연초부터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피크차이나(Peak China·중국의 성장이 정점을 찍고 내림세를 타는 현상)’에 대응해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해온 기존 우리나라의 성장공식을 폐기하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2.9%, 연간으로는 3.0%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성장률 3.0%는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2.2%)을 제외하면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1.6%)를 기록했던 1976년 이래 가장 낮습니다. 지난해 3월 중국 정부가 목표치로 제시했던 ‘5.5% 내외’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입니다. 저출산 고령화도 심각해 인구는 지난해 14억 1175만 명으로 전년 대비 85만 명 줄어 61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습니다.

문제는 중국 경제 둔화가 우리나라 경제까지 덩달아 흔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우리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25%에 달합니다. 중국이 올해부터 일명 ‘쌍순환’으로 불리는 내수 소비 중심의 경제체제로 본격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중(對中)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이 절실합니다. 경제 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도의 경우 전체 인구는 14억 명으로 중국과 비슷하지만 중위연령이 28.4세로 중국보다 10세 이상 낮다”며 “인도가 향후 전 세계 공장의 지위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고, 정부도 이에 대응해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국가별 맞춤 진출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베트남 등이 속한 동남아를 3대 주력 시장, 중동 등을 3대 전략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성장 한계에 부딪힌 중국이 느닷없는 경제 제재 등 몽니를 부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국익을 챙기려면 첨단산업 기술력에서 앞서나가야 한다”며 “그래야 중국도 (전략적 필요성 때문에)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중 관계의 새 판을 짤 수 있도록 한중 서비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두르는 등 한중 관계도 리세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472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08년 이후 14년 만의 무역적자이자 적자 금액도 1996년의 206억 달러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에 더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며 국경을 닫았던 중국의 영향이 컸습니다. 지난해 대(對)중국 무역수지는 12억 5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의 242억 8000만 달러 흑자에서 2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내수 시장에 빗장을 걸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중 역조 현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부터 수출 시장의 다각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의 수출입 상품 국가 총액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한국 교역액은 3623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2위 교역 국가가 됐습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가 커졌다는 뜻이지만 무역의 질을 보면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우리의 대중 수출 내역 가운데 중국 내수용과 우회 수출용의 비중은 2007년 6 대 4(무역협회 기준)에서 2021년 8 대 2로 중국 내수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중국 내수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우리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중국 내수가 침체되자 덩달아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이 급락하고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바 있습니다.

대중 무역흑자 축소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2018년까지 무역수지 흑자국 1위였으나 2019년 2위, 2020~2021년 3위였다가 지난해에는 22위까지 밀렸습니다.



월별로 보면 더 심각합니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줄곧 마이너스이고 대중 무역수지 역시 지난해 5월 이후 반짝 흑자를 낸 9월을 빼면 모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연초인 1월도 실적이 나빠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중국이 쌍순환 전략을 내세우며 자체 공급망 구축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부담입니다. 이미 중국의 반도체 제조용 장비 국산화율은 2021년 말 21%(무역협회 기준)에서 지난해 상반기 32%까지 올랐습니다. 중국의 애국 소비 열풍도 앞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중국의 중간재 회사들이 한국이 그동안 누려온 중간재를 대체해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최대 명절 춘제(음력설)를 이틀 앞둔 20일 저장성 항저우 동역에서 승객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내 우리 기업의 공장 등도 리스크에 노출돼 있습니다. 당장 반도체 장비만 해도 중국 반입이 거의 막혀 있습니다. 중국 공장이 ‘좌초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중국 내 공장 유지 문제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에 선제적으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중동 등 신시장을 공략해 핵심 시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무역흑자 1위 국가로 떠오른 베트남과의 협력을 아세안 전체로 넓히고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 중인 인도도 공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실장은 “한·베트남 교류의 성과를 부러워하는 다른 아세안 국가를 노려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오일머니’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중동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힙니다. 이들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토털 패키지’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1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미국·중국·아세안 등 3대 주력 시장과 중동·중남미·유럽연합(EU) 등 3대 전략 시장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 내 신통상질서전략실을 만들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에 대응했던 것처럼 아세안·중동·인도·중남미 등 신시장 개척을 담당할 조직을 만들어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출 시장 다각화 과정에서 기존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리스크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 문재인 정부가 ‘노재팬’ 캠페인으로 맞불을 놓으며 한일 관계가 오랜 기간 경색됐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 과정에서 유럽·미국보다 조금 더 늦게 조치를 발표했다면 비자 발급 중단이라는 보복 조치를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우리나라가 무역·통상에 의존하는 만큼 상대방을 자극할 만한 행위는 가급적 최소화하려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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