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액정표시장치(LCD)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LCD 사업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반면 OLED TV는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2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최근 발표한 시장 분석 자료를 보면 2023년 세계 TV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2.8% 감소한 2억6400만장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가 얼어붙어 TV 판매가 위축된 영향이다.
패널 유형별로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LCD와 성장을 지속하는 OLED의 실적이 엇갈릴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LCD 패널 출하량이 작년보다 3.1% 감소하는 반면 OLED 패널은 7.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005930)에 공급하는 QD(퀀텀닷)-OLED TV 패널 출하량은 올해 26.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TV 시장에서 패널 보급률은 아직 LCD가 97% 수준으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LCD 수익성이 악화한데다 경기 침체에 TV 수요마저 급감하자 업계에서는 잇따라 LCD 사업을 접고 있다. 공급 과잉, 수요 부진, 재고 급증 등이 한꺼번에 맞물려 지난해 LCD TV 패널 가격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경기도 파주에 있는 7세대 TV용 LCD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국내 TV용 LCD 생산 종료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겼다. 또 중국 광저우의 8세대 TV용 LCD 패널 생산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TV용 LCD 사업을 점차 줄였고, 작년 6월 아산캠퍼스 내 마지막 LCD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며 사업을 완전히 철수했다.
이처럼 LCD 시장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TV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OLED 채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LG전자(066570)는 2013년 세계 최초로 OLED TV를 상용화한 이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QD-OLED TV를 선보이는 등 대부분 제조사가 OLED TV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세계 OLED TV 출하량이 741만대로 작년보다 9% 늘고, TV 시장에서 OLED TV 매출 비중이 11.4%에서 12.8%로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LCD 출구 전략에 나선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도 OLED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들어갔다. 평면 TV의 대명사이기도 한 LCD TV는 무겁고 덩치가 큰 브라운관 TV를 대체해 20년 가까이 TV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LCD TV는 1998년 첫 출시 후 7년만인 2005년 4분기에 브라운관 TV 매출을 넘어섰고, 2007년 4분기에 출하량에서도 브라운관 TV를 제치며 완전히 세대교체를 이뤘다. LCD는 화소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 주로 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쓴다. 패널 뒷면에는 광원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와 컬러필터가 있어야 한다.
반면 OLED는 화소가 스스로 빛을 낸다. 자발광 디스플레이여서 백라이트가 필요 없고 부피와 무게가 LCD보다 줄어든다. 또 높은 색 재현율, 명암비, 응답속도, 시야각 등에서 LCD보다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OLED는 LCD보다 수명이 짧고 가격이 비싼데다가, 화면에 잔상이 남는 '번인(burn-in)' 등 고질적 단점도 노출해 아직 TV 시장에서는 LCD가 더 보편적이다. 그러나 OLED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같은 단점이 점점 보완되고, 원형이나 곡면 등 다양한 형태로 화면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등 장점은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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