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주력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애플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도입 압박을 가하면서 국내 패널·완제품 업체들 모두 ‘초격차’ 기술 확보에 더 큰 부담을 지게 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가전 업체 TCL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자사 첫 OLED TV(65형)를 선보였다. TCL은 TV 출하량 기준 글로벌 3위 업체다.
TCL의 이번 OLED TV는 세계 최초로 ‘잉크젯 프린팅’ 방식이 적용된 제품이다. 잉크젯 프린팅은 유기 화합물을 기판 위에 뿌려 인쇄하듯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주로 사용되는 진공 증착 공정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TCL의 OLED TV 시장 진출이 우리 기업에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OLED TV 저가 공세가 더 매서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6년만 해도 한국의 OLED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이 98.1%에 달했지만 2021년에는 82.8%로 내려갔다. 그 사이 중국은 1.1%에서 16.6%로 점유율을 키웠다. 현재까지 OLED TV 진영으로 들어온 글로벌 TV 제조 업체는 TCL을 비롯해 삼성전자·LG전자(066570)·하이센스·화웨이·샤오미 등 총 22개사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올해 OLED TV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9%가량 증가한 740만 대로 추산했다. 가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폼팩터(제품 외형)를 만드는 식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곧바로 유사 제품을 내놓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나아가 디스플레이 제조 업체들은 중소형 패널 시장에서조차 다른 나라에 기술 우위를 내줄 상황에 처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말부터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애플워치에 탑재할 방침이다. 이후 아이폰·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에도 마이크로 LED를 확대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LED는 자체 발광해 액정 없이 우수한 화질을 낼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전력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낮고 OLED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화면 잔상 또한 발생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위탁 업체에 맡기더라도 한국 기업에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애플의 마이크로 LED 제품이 OLED를 예상보다 빠르게 대체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버거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크로 LED 생산 시설을 새로 구축하려면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과 국내 업체들의 투자가 과감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차세대 공정부터는 경쟁자들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며 “아직은 시장 확대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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