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1992년 도입 후 31년 만에 폐지된다. 외국인의 한국 시장 접근성이 개선되는 것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24일 금융위원회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올 하반기에 폐지하고 2024년부터는 자산 10조 원 이상 상장사의 영문공시를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올 상반기 중에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한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1992년 도입 이후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해묵은 규제로 지목돼 왔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외국인이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기 위해 금융 당국에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별도 등록 절차 없이 미국 주식을 사고팔 수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금융 당국에 별도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국 주식 매매가 가능해 역차별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외국 기관 투자자들은 등록제로 인해 자신들의 매매 내역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작년 6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한국 자본시장의 글로벌 마켓 접근성이 떨어진다면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외환시장 자유화 등 9개 부문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 하반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폐지되면 외국인은 개인 여권번호와 법인 LEI 번호(법인 부여 표준화 ID·2011년부터 G20 국가들 시행)로 한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다. 외국인 통합계좌(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할 목적으로 글로벌 운용사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활성화하기 위해 결제 즉시 투자 내역을 보고토록 한 의무도 폐지된다. 상장주식·채권에 대해 외국인이 사전심사 없이 사후 신고만으로 장외거래를 할 수 있는 범위도 확대한다. 영문공시도 의무화된다. 내년부터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 상장법인은 중요 정보에 대해 영문으로 공시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로 영문 공시 의무화 대상이 확대된다.
외국인은 연초부터 한국 증시를 대거 쓸어담고 있다. 지난 2일부터 20일까지 4조 990억 원을 순매수했다. 작년 12월 1조 6930억 원을 순매도한 것과 정반대 행보다. 당국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투자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영구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는) 외국인 투자자의 불편사항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개선안이다”며 “통합계좌는 과거 도입됐지만 활성화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 안을 통해 정답을 찾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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