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외국인 개인투자자도 31년 만에 별도의 등록 없이 여권 번호만으로 국내 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투자 문턱이 낮아진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증시 저평가를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금융위원회는 ‘외국인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을 통해 외국인투자자등록제를 올 하반기에 폐지한다고 밝혔다.외국인투자자등록제는 1992년 도입됐다. 외국인이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기 위해 금융 당국에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별도 등록 없이 미국 주식을 사고팔 수 있지만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금융 당국에 별도의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해 역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외국 기관투자가들에는 등록제로 매매 내역이 고스란히 노출돼 투자를 꺼리게 되는 허들이 돼왔다. 올 하반기 외국인투자자등록제가 폐지되면 외국인은 개인 여권번호와 법인 LEI 번호(법인 부여 표준화 ID·2011년부터 G20 국가 시행)로 한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다.
새해 증권사들의 예상과 달리 코스피지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덕분이다. 이달 2일부터 20일까지 외국인투자자는 총 4조 990억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1월 국내 증시가 급반등할 때도 역시 외국인이 4조 1210억 원을 사들인 바 있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는 그야말로 큰손이다. 하지만 투자 환경은 양호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외국인 통합 계좌(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할 목적으로 글로벌 운용사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활성화하기 위해 결제 즉시 투자 내역을 보고하도록 한 의무도 폐지된다. 상장 주식, 채권에 대해 외국인이 사전 심사 없이 사후 신고만으로 장외 거래를 할 수 있는 범위도 확대한다. 영문 공시도 의무화된다. 내년부터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 상장 법인은 중요 정보에 대해 영문으로 공시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로 영문 공시 의무화 대상이 확대된다.
올해 당국은 외국인투자자등록제 폐지와 영문 공시 의무화, 배당제도 개선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당국은 배당제도 개선안 최종안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영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과 동일하게 먼저 배당액을 확정한 후 배당 기준일을 설정하도록 유도해 현재 ‘깜깜이 배당’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당 절차 개선과 외국인투자자등록제도 폐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