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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에 관리비 100만원도…사과방송·경비원 감원 투표까지

■가스료 폭등·한파에 난방비 부담 쑥

가스요금 작년에만 4차례 올려

강추위에 이달 난방비도 뛸 듯

가스공사 미수금 10조 급증세

에너지 가격 릴레이 인상 예고





대표적 부촌인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지난달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직전 달에 10만 원대였던 개별난방비가 지난해 12월에는 22만 원을 훌쩍 웃돌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24일 “옆 동 50평형대에 거주하는 지인의 경우 지난달 난방비만 50만 원 가까이 나와 전체 관리비가 100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난방비가 많이 나온 저층 세대를 중심으로 입주민 커뮤니티에 관련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송파구 방이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난방비 급등이 경비원 축소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5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 모 씨는 “지난달 난방비를 포함한 관리비가 이전보다 20만 원 넘게 오른 74만 원가량 나왔다”며 “일부 주민들은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이유로 라인당 2명인 경비원을 1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이와 관련한 입주민 투표가 진행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천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 모 씨도 “이번 설 연휴 밥상머리 화두가 ‘난방비 폭탄’이었다”며 “(30평대 아파트 관리비가) 전달(지난해 11월)만 해도 35만 원 정도였는데 이달에는 56만 원가량 나와 한숨부터 나오더라”고 말했다.
올겨울 ‘난방비 폭탄’에 각 가정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아파트 단지 입주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난방비가 한 달 새 2배 이상 올랐다’는 하소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주민들에게 난방비 급등에 대해 사과 방송을 할 정도다.

문제는 이런 난방비 인상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난방용 에너지 대부분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한다. 국내 LNG 공급을 도맡다시피 하는 한국가스공사는 원가 이하의 가스요금 때문에 미수금이 가파르게 쌓이면서 가스요금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공기업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난방 수요가 줄어드는 올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가스요금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 업계에 따르면 가스요금은 지난해 네 차례 인상됐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1MJ(메가줄·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원 69전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요금 인상이 가팔랐던 데는 이전 정부가 2년 가까이 가스요금을 억누른 영향이 컸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주택용 가스요금을 2020년 7월 11.2% 인하한 뒤 지난해 3월까지 이를 동결한 바 있다. 1톤당 LNG 수입가격은 2020년 12월 358달러에서 2021년 12월 892달러로 1년 새 3배 가까이 껑충 뛰었지만 이전 정부는 가스요금 동결을 고집했다.

이전 정부는 대통령 선거 이후인 지난해 4월 요금 인상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1MJ당 14원 22전에서 14원 65전으로 가스요금이 1년 9개월 만에 인상됐고 정권이 바뀐 후에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스케줄대로 5월(15원 88전), 7월(16원 99전), 10월(19원 69전)에 잇따라 요금 인상이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난해 9월 LNG 가격이 역대 최고인 톤당 1470달러까지 치솟아 요금 인상 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 당시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LNG 수입 부담이 추가로 늘어 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도 부담을 키웠다. 특히 이런 인상 릴레이가 한파와 맞물리면서 난방비가 한 달 새 큰 폭으로 급증한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설 연휴에 역대급 한파가 극성을 부린 만큼 1월 난방비도 또 한번 뛸 가능성이 크다.

답답한 대목은 지난해 네 차례 요금을 올렸음에도 가스공사의 미수금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는 2020년 2000억 원에서 2021년 1조 8000억 원, 지난해에는 10조 원으로 급증한 상태다. 이는 가스공사가 산업통상자원부 측에 올해 1MJ당 10원가량의 가스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2분기부터 가스요금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말 올 1분기 가스요금 동결 방침을 밝히며 “난방비 부담과 전기요금 인상 등을 감안해 올 1분기에는 요금을 동결하고 2분기 이후 요금 인상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다. 물가 당국은 내수 위축 등을 이유로 가스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공기업 경영 정상화 방침 및 에너지 가격 정상화를 통한 수요 조절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가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현 수준으로 가스요금을 동결할 경우 올해 말 기준 누적 미수금은 16조 원 내외가 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5배로 늘리는 가스공사법 개정으로 가스공사가 급한 불을 껐다고는 해도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 안보 강화와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에너지 가격 현실화에 나서는 상황이라 가스요금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견해다.

글로벌 정세도 LNG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나마 올겨울 유럽이 따뜻해 LNG 수요가 평소 대비 줄어든 점은 다행이지만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을 줄이는 대신 태양광 등 신재생의 ‘발전 간헐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가스발전을 늘리고 있어 안심하기 어렵다. 특히 잇따른 가스요금 인상 등 공공요금 급등에 서민 생활이 팍팍해지는 점은 윤석열 정부의 부담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관가의 한 관계자는 “공공요금 현실화가 예정된 상황에서 여론 악화를 신경 써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취약 계층에 지급하는 에너지 바우처를 지난해 가구당 평균 18만 5000원에서 올해 19만 5000원으로 인상하는 등 지원책 강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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