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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끝내자는 시장, 아니라는 중앙은행…판세를 보는 3가지 쟁점 [조지원의 BOK리포트]

금리 인하 기대 확산에 중앙은행 고민

①물가·경기 분석 누구 말이 맞을까?

②강한 커뮤니케이션 vs 의도적 발언

③진짜 피벗은 언제 어떻게 내놓을까?

지난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1월(4.34%)보다 0.05%포인트 낮은 4.29%로 집계됐다. 코픽스가 전월보다 낮아진 것은 지난해 1월(-0.05%포인트)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서울 시내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시장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분석이 쏟아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물가가 제대로 잡히기도 전에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긴축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연방준비제도(Feb·연준)와 시장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연초부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놓고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24일 한은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9일 3.25%로 기준금리 3.50%보다 25bp(1bp는 0.01%포인트)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23일(3.2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일 3.33%로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3.50%로 인상한 이후 국고채 금리 대부분이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기준금리보다 통상적으로 30~40bp 높은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도 3.67%로 20bp 높은 수준에 그친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란 시장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시장은 연내 금리가 인하될 것까지 예상하고 움직이고 있다. 그나마 1월 금통위서 기준금리를 25bp 올렸기 때문에 더 떨어질 뻔한 금리 하락 폭을 줄였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서 연내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했지만 시장은 전혀 다르게 평가하면서 맞부딪힌 모양새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 연준위원들이 시장의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선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장단기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중앙은행과 시장의 시각 차이가 발생하는 현시점에서 짚어야 할 3가지 쟁점을 살펴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언론회관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소 긴축일까 과잉 긴축일까


미국 상황을 먼저 살펴보면 연준과 시장이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은 물가다. 연준은 견고한 노동시장으로 서비스 물가 상승 위험이 높다고 평가하는 반면 시장은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이미 확인됐다고 보고 있다. 연준은 과소 긴축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시장은 과잉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위험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국내 상황에서는 물가보다 경기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보다 낮추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0.6%(노무라) 등 역성장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노무라는 오는 5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내 1.5%포인트 내려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2%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무라 전망이 극단적이라고 해도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한은이 금리 인상을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은행이 가진 정보가 더 많긴 해도 시장도 자체적으로 물가·경기 등을 분석하는 만큼 누구 말이 맞게 될지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연준이 5% 이상 최종금리를 말하는 데도 시장은 아닌 것 같다고 싸우는 상황인 만큼 결국은 물가·경기에 대해 누가 더 정확히 예측했느냐 싸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긴축 강조해도 의도적 수사로 이해하나


금리 인하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쟁점이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의도와 다르게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커진다면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매파적 발언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큰데 시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이 총재가 이달 금통위에서 “앞으로 금리를 동결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라고 말한 것이나 최근 미국 연준위원들이 잇달아 매파적 발언을 내놓는 것은 이같은 맥락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연준과 금융시장의 인식 차이 및 평가’를 통해 “연준은 향후 정책금리 결정에 있어 유연성과 임의성(flexibility and optionality)을 강조하면서 시장의 낙관적 기대를 차단하는 커뮤니케이션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반면 시장에 대해서는 “정책금리 경로에 대한 연준의 매파적 시각이 과도하거나 금융 상황 완화를 억제하기 위한 의도적인 수사로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연준의 매파적 발언이 먹히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고민은 한은도 마찬가지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미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정책 변화를 시사한 상태다. 다만 시장이 의도보다 크게 반응하면서 시장금리 하락 폭이 확대되거나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물가안정이 어려워진다면 이를 바로 잡는 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도 당장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올 제롬 파월 의장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목하고 있다.

12일 서울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금리 인하 1분기 전 신호 나올 듯


그렇다면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인하는 언제부터일까. 한은은 통상적으로 정책 방향을 급하게 바꾸지 않고 최소 1분기 이상 기간을 두고 방향 전환을 예고한다. 갑작스럽게 정책 방향을 바꾸면 시장에 큰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어도 미리 충분한 신호를 준 뒤 항공모함처럼 서서히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는 금통위에서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통해 3개월 시계로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를 내놓고 있다. 이 총재는 “지금 금통위원들이 논의하고 있는 것은 현 상황에서, 당분간, 즉 앞으로 3개월 정도의 기간에서 볼 때 기준금리의 정점이 얼마가 될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3개월 내 최종금리 3.50%나 3.75%에 도달하면 이후 다시 영향을 보면서 3개월씩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정책 전환이 어려운 시기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완화적 기조에서 금리 인상 신호를 주는 것이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물가가 5%대인 현 상황에선 반대다. 자칫 금리 인하 신호를 잘못 주게 되면 물가를 잡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물가가 확실히 안정되지 않은 만큼 긴축 기조 전환 시점을 언제 알릴지 커뮤니케이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급박하게 올린 시기에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앞서가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라며 “미 연준과 마찬가지로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속도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것은 누구나 알지만 시장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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