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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공각기동대부터 뉴럴링크까지…인간의 뇌 컴퓨터화 가능할까

[SF영화 '정이'로 본 AI전뇌 시대]

뉴럴링크, 생체·컴퓨터 결합실험

스웨덴 과학자, AI 복제로봇 개발

윤리문제 등 사회적 공론화 필요

넷플릭스 SF영화 ‘정이’ 포스터.




급격한 기후변화로 지구가 폐허가 되자 인류는 지구와 달 사이에 ‘쉘터’들을 만들어 이주한다. 하지만 수십 년째 내전이 이어지고 윤정이(김현주)는 전설의 용병으로 명성을 떨치다가 결국 식물인간이 된다. 이때 인공지능(AI) 개발사가 그녀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AI 전투 용병 개발에 나선다. 연구팀장은 바로 ‘정이’의 딸 윤서현(강수연). 하지만 휴전을 앞두고 회사는 정이를 성적 파트너와 가사용으로 개조하려 한다. 이에 분노한 서현은 정이의 탈출을 돕는데….

최근 넷플릭스 인기 공상과학(SF) 영화인 ‘정이’의 줄거리다. 이 영화처럼 먼 미래에는 인간이 수명을 다하기 전 뇌를 복제해 로봇에 이식함으로써 영생의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미국의 일론 머스크는 2016년 뇌신경과학 업체인 뉴럴링크를 창업해 뇌에 수천 개의 작은 전극들을 이식해 생체와 컴퓨터를 결합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해 왔다. 뇌에 액체 상태의 신경 레이스(neural lace·전자그물망)를 주입하면 특정 뇌 부위에서 액체가 최대 30배의 그물로 펼쳐져 뇌세포 간 전기신호와 자극을 감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생각을 업·다운로드할 수도 있어 이론적으로 간질과 우울증 등 만성 뇌질환 치료, 인지·사고력 등의 향상을 위한 뇌 성형 수술도 가능해질 수도 있다.

현재 뉴럴링크는 동물을 넘어 마비 환자와 시·청각장애인, 실어증 환자를 모집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연구를 위한 임상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2020년에는 돼지에 2개월간 칩을 이식해 후각 신호를 시각 데이터로 변환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해 4월에는 원숭이 뇌에 칩을 이식해 무선으로 칩과 연결된 조이스틱을 사용해 퍼즐을 풀고 생각만으로 컴퓨터 탁구를 하는 영상도 선보였다.



서판길 한국뇌연구원장은 “스마트폰과 AI 기술이 이렇게까지 발전할지 몰랐던 것처럼 뇌와 기계 간 인터페이스도 현재는 꿈이나 소설같은 얘기로 느껴질 수 있다”며 “하지만 뇌의 뉴런 갯수가 많아 복잡하긴 하지만 언젠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마치 2017년 개봉한 SF영화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에서 테러조직을 막으려는 특수요원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 모습을 현실에서도 구현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특수요원이 ‘정이’처럼 자신의 과거와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는 모습이 나온다. 그만큼 로봇과 인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뉴럴링크의 모험에는 엄청난 위험 부담이 도사리는 것도 사실이다. 뉴럴링크가 2018년부터 약 1500마리의 원숭이·양·돼지 등을 희생시켜 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최근 미국 농무부 조사를 받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무모할 정도로 동물 생체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뇌에 1000억 개의 뉴런(신경세포)이 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뇌 조직이 손상될 수도 있고 실시간 뇌 정보 전송이 가능할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에는 스웨덴의 과학자들과 장례업체가 AI를 활용해 고인의 외모와 목소리·성격을 복제한 로봇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적도 있다. AI가 발달하고 고인에 대한 빅데이터가 쌓이면 실제 비슷한 로봇이 선보일지도 모른다. 미치오 가쿠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물리학자·미래학자)는 “사람의 기억을 컴퓨터에 업로드해 숨진 뒤에도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인간은 진시황이 꿈꿨던 것처럼 불멸의 존재가 되는 셈이다.

이찬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장은 “언젠가 인간 뇌와 컴퓨터 간 상호 작용의 날이 올텐데 사전에 여러 혼란과 부작용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며 "AI가 고도화하면 윤리를 넘어 인간 실존의 문제로 연결돼 사회적 담론 형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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