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내 소프트웨어(SW) 개발 인력이 급증하고 있다. 점차 치열해지는 자율주행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그룹 체질을 전통적인 완성차 위주에서 SW에 기반한 차량(SDV)을 만드는 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5일 업계 및 채용사이트 크레딧잡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자회사 포티투닷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임직원 수는 315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 기준 176명에서 1년 만에 약 80%나 늘었다. 주목할 부문은 전체 직원 중 개발자 비중이 70%를 넘는다는 점이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정확한 인력 규모는 공개할 수 없지만 이직·전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매달 인력이 충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티투닷은 지난해 8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그룹 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1년 4월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송창현 창업자를 영입해 소프트웨어 사업 전반을 맡겼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포티투닷에 힘을 실어주면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개발 인력도 꾸준히 전직하는 중이다. 포티투닷은 2021년부터 서울 상암에서 자율주행차량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청계천 일대에서 직접 설계한 자율주행 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도 지난해 800명이 넘는 인력을 뽑았다. 차량 소프트웨어는 물론 클라우드·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모빌리티 생태계 확대를 위해 고용 한파 와중에도 인원을 크게 늘렸다. 2021년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과 합병하며 덩치를 키운 현대오토에버는 올해도 전년 수준에 맞먹는 대규모 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구개발을 비롯한 회사 전반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비로소 완벽한 소프트웨어차(SDV)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 제조회사지만 어떤 전자 회사나 ICT 회사보다도 치밀하고, 종합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며 그룹 체질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SDV 개발을 위해 공용화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차량에 적용하기로 했다. 플랫폼을 공용화하면 차급과 관계없이 부품을 공유할 수 있어 차량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제조 원가를 약 20% 절감할 수 있다. 이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력 강화에 2030년까지 18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경쟁 업체들도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차량용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CARIAD)’에 2026년까지 직원 1만명을 충원하고 300억 유로(약 40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 도요타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아린’을 독자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로보택시 운행 지역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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