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때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까지 ‘반도체 제국’ 재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중국·일본·대만·유럽이 정부의 대폭적인 지지로 자국 산업을 앞다퉈 육성하는 만큼 한국 정치권도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라피더스가 2025년 상반기까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최첨단 반도체 시제품(프로토타입) 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라피더스는 소니·도요타·기옥시아·NTT·소프트뱅크·NEC·덴소·미쓰비시UFJ 등 8개 기업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설립한 신설 합작 기업으로 일본 반도체의 ‘드림팀’으로도 불린다.
고이케 사장은 “2020년대 후반에 2㎚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려면 2025년 상반기까지 시제품 라인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며 “2㎚ 반도체 관련 기술 확립에는 2조 엔, 양산 라인 준비에는 3조 엔 규모의 투자가 각각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대만 TSMC와 협력할 부분은 국가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고 첨단 기술력은 기업들이 별도로 따라잡는 일종의 투트랙 전략인 셈이다.
최근 반도체를 국가안보와 결부해 대거 지원하는 나라는 일본뿐이 아니다. 미국·중국·대만·유럽도 향후 수년간 50조~200조 원가량을 반도체 산업 육성에만 투자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말 거대 야당의 제동으로 ‘반도체특별법(K칩스법)’ 내용을 업계의 눈높이보다 한참 낮춰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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