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기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까지 포함하면 올해는 신외부감사법이 ‘모두’ 시행되는 첫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신외감법을 재검토한다면 회계 투명성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 같은 우려를 토로했다.
그의 걱정은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9월부터 신외감법 전면 검토에 나서면서 생겼다. 기존 내용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의무화 등을 담았는데 다음 달 한국회계학회가 여는 공청회에서 개선안 초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회계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친기업’ 기조를 내놓자마자 회계 당국이 신외감법에 불만이 많던 재계의 의견을 급하게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주기적 지정제의 자유 선임 기간이 기존 6년에서 9년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로 예정된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시행이 뒤로 밀릴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부가 기업들의 의견을 경청해 신외감법의 문제를 보완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신외감법이 전반적으로 시행되기도 전에 정권 교체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180도 바뀌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학계에서는 아직 신외감법의 효과와 관련해 충분한 실증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가운데 신외감법의 남은 한 축인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시행되기도 전에 대대적인 신외감법 개편이 예상되다 보니 정부가 ‘학술적 검토’보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회계 규제에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낳기 쉬운 것이다.
2011년 우리나라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면서 기업들의 회계 처리 재량을 강조하는 쪽으로 회계 정책을 개편했다. 그러나 한국은 성문법주의 국가라 ‘규제 열거’에 더 익숙한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고 회계학자들은 평가한다. 규제가 살짝 완화돼도 ‘회계 투명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기 쉽다는 것이다. 신외감법 개선에 신중을 기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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