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석유화학업계가 대대적인 증산에 나서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업황 침체기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LG화학(051910)을 시작으로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이 연이어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대부분 석유화학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지난 한 해 3조334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 대비 33.6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롯데케미칼(011170)은 적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석유(011780)화학도 전년 대비 48% 이상 줄어든 1조23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며 효성첨단소재(298050),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SKC(011790) 등 상당수 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한화솔루션(009830)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9% 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올해다.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늘린 신규 설비들이 순차적으로 가동하며 대규모 물량을 추가적으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2025년까지 계획한 에틸렌 증설 물량은 900만톤에 달한다. 나프타에서 추출하는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화학 제품을 만들 때 기초 원료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플라스틱 소재 중 하나인 폴리프로필렌(PP)은 올해 중국 증설 물량만 655만톤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전체 연간 PP 생산능력이 636만톤 수준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전체 연간 생산량을 웃도는 물량을 추가 생산하는 셈이다. 중국 롱셍 등 업체가 최근 신규 크래커와 일부 제품 상업생산을 시작하며 신규 물량 유입에 대한 부담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공급량이 늘면서 중국을 주력 시장으로 삼았던 국내업체들의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의 절반 이상(51%)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증설을 주도하면서 최근 국내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40%대로 떨어졌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에틸렌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생산 설비 기준 2018년 14%에서 2027년 25%로 급격히 증가한다”며 “수요도 증가하지만 중국이 자국 수요를 모두 흡수하면 글로벌 최대 수입시장이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對) 중국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수출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중국의 올해 에틸렌 생산 규모는 5240만톤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내수 추정치인 4560만톤을 훨씬 웃돈다. 초과된 물량이 수출 시장에 나온다면 국내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과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가 올해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전년 대비 9.4%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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