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모래밭처럼 달리기 어려운 지형에서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사족로봇 보행 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황보제민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모래와 같은 입상물질(작은 입자로 된 물질)로 이뤄진 지반에서 로봇이 받는 힘을 계산하고 학습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이달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로봇의 제어기 학습 기술이다. 제어기는 다양한 지형에서의 보행 경험을 데이터로 학습해 로봇이 실제 지형을 잘 달릴 수 있게 한다. 지형마다 마찰력 등 로봇이 받는 힘이 다르기 때문에 제어기를 통해 다양한 조건에 대한 학습이 필수적이다. 다만 모래밭처럼 지반의 변형이 심해 로봇이 받는 힘을 계산하기가 힘든 경우 학습 데이터가 적어 해당 지형에서 로봇의 보행 성능이 급감하는 일이 벌어진다.
연구팀은 변형이 심한 지형이 모래알 같은 입상물질로 이뤄졌다고 가정하고 이에 따른 접촉면, 지면의 추가 질량 효과, 마찰력 등을 예측해 대응할 수 있는 학습 모형을 개발했다. 이를 제어기에 학습시킨 후 연구팀의 로봇 ‘라이보’에 탑재한 결과, 로봇은 발이 완전히 모래에 잠기는 해변 모래사장에서도 최고 초속 3.03m의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사람이 천천히 뛰는 속도와 맞먹는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사족로봇의 활용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제1저자인 최수영 연구원은 “제시된 제어기는 지형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기용될 수 있어 다양한 로봇 보행 연구에 접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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