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유한 대형 구조 조정 기업인 HMM(011200)이 매각 방안을 구상할 컨설팅에 나서는 등 매각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해운업 특수가 꺼져가는 지금이 오히려 적정가로 매각할 수 있는 시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과 뿌리가 같은 현대차그룹, 물류 사업을 키워가는 LX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시가총액 10조 원의 몸값과 2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영구채 처리를 위한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HMM 매각 컨설팅 자문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27일까지 발송할 계획이다. 삼일회계법인·삼정회계법인 등 국내 주요 회계법인이 자문사 선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컨설팅 자문은 앞으로 매각 방안의 실무적인 밑그림을 만들 뿐만 아니라 매각 주관사 선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업계와 관련 기업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HMM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갖고 있으나 대상이나 시한을 못 박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공식 입장과는 별개로 HMM의 주요 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매각을 위한 다양한 물밑 구상을 지난해부터 펼쳐왔다.
산은은 잠재 인수 후보가 될 수 있는 주요 대기업을 만나 인수 의향을 탐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086280), LX그룹의 판토스, 물류 사업을 거느리는 삼성SDS를 거론하고 있다.
중견기업 사이에서도 HMM은 뜨거운 감자다. 지분 5.52%를 보유하며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SM그룹은 이미 인수에 관심을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사모펀드(PEF)는 주요 인수자로 오르지는 않는 모양새다. 다만 대기업의 투자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로 우군 역할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HMM의 주요 자산인 영구채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나오기 때문에 PEF가 관심을 가질 만한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산은과 해진공의 미묘한 온도 차가 매각의 관건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산은은 강석훈 회장의 의지와 더불어 지분 전액을 매각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강 회장은 지난해 9월 기자 간담회에서 “HMM은 정상 기업이기 때문에 조속히 매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산은의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반면 해진공은 해운업을 직접 관장하고 있는 데다 해운업 구조 조정 당시 선박 보유와 물류 사업을 분리,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선박 보유를 정부가 지원해 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해운 업황이 올해 들어 급격하게 하락할 조짐을 보이면서 HMM 지분을 서둘러 파는 것보다는 일부 지분을 보유하면서 해진공을 통해 선박금융을 지원할 필요성이 거론된다.
현실적으로도 HMM은 시가총액만 10조 6600억 원에 달해 산은과 해진공의 합산 지분 40.7%만 하더라도 4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두 주주의 지분은 최대 71.7%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두 주주의 지분 일부와 영구채를 함께 매각하거나 영구채를 먼저 매각하는 대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영구채는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계속 상환을 이어가며 PEF가 FI로 동참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추진하는 컨설팅의 주요 내용 중에는 시장이 바라는 최적의 지분과 영구채 매각 조합도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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