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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파·LIV파 '불편한 만남'…골프판 2차대전 터지나

反LIV 매킬로이 인사 거절에

기분 상한 리드, 티 던져 논란

인터뷰서도 날 선 발언들 오가

올 주요대회서 마찰 격화될듯

로리 매킬로이.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패트릭 리드. EPA연합뉴스


‘중립 지역’에서 벌어진 자그마한 다툼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LIV 골프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간 ‘골프판 2차 대전’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다.

세계 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26일(한국 시간) DP 월드투어 히어로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기자회견에서 “내가 그였다면 인사를 하거나 악수를 청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여기서 ‘그’는 패트릭 리드(미국)다. 리드는 이틀 전 대회장인 두바이 에미레이츠GC의 드라이빙 레인지(연습장)에서 매킬로이에게 다가갔다가 무시를 당했다. 먼저 매킬로이의 캐디와 악수한 리드는 매킬로이에게도 인사했으나 골프백 옆에 쪼그려 앉아 연습 장비를 만지던 매킬로이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무안해진 리드는 갖고 있던 티(tee)를 매킬로이 쪽으로 던진 뒤 쓴웃음을 머금고 자신의 타석으로 돌아갔다. 매킬로이는 끝까지 리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현지 매체들이 ‘티 게이트(tee-gate)’라 이름 붙인 매킬로이와 리드의 불편한 만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불과 5㎝ 남짓한 티 하나가 태풍을 몰고 온 셈. PGA 투어 잔류파인 매킬로이는 반(反)LIV의 선봉, PGA 투어를 떠난 리드는 LIV 골프의 대표 스타다. 리드와 매킬로이는 2016년 라이더컵 싱글 매치에서 각각 미국과 유럽 대표로 혈투를 벌인 사이다. 당시 리드가 한 홀 차로 이겼다. ‘캡틴 아메리카’로 불렸던 리드가 지금은 미국 투어의 적으로 돌아섰고 유럽팀 기수였던 매킬로이가 미국 투어를 지키는 싸움닭 역할을 하고 있으니 아이로니컬하다.



매킬로이는 “티가 날아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 커질 일도 아니다”라면서도 “리드가 다가와 인사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그러는 게 정말이지 싫었다”고 했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리드 측 변호사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던 참에 그런 서류를 전달받았으니 어떤 기분이었을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리드 측이 보낸 소환장은 매킬로이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고 PGA 투어의 반독점법 위반 관련 조사를 위한 광범위한 절차였다.

매킬로이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관계 회복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아니오”라고 잘라 말했다. 가르시아도 PGA 투어를 등지고 LIV로 넘어간 선수다. 가르시아의 올 9월 라이더컵 참가 자격을 놓고 유럽팀 단장 추천으로는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DP 월드투어 측 해석이 최근 나왔지만 LIV 이적 선수들을 바라보는 매킬로이의 시선에는 변화가 없다.

리드는 “매킬로이한테 툭 던진 티는 LIV 로고가 새겨진 티였다. 그는 나를 봤으면서 알은 체도 하지 않았다”며 “유치하게 나오면 똑같은 대우를 받는 법”이라고 날 선 발언을 남겼다. 2018년 마스터스 우승 등 PGA 투어에서 9승을 쌓은 리드는 한때 세계 랭킹 6위까지 올라갔지만 LIV로 옮긴 뒤 계속 떨어져 지금은 세계 90위다. LIV 대회에는 세계 랭킹 포인트가 걸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PGA 투어가 LIV 소속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하는 반면 옛 유러피언 투어인 DP 월드투어는 LIV 선수도 막지 않는 중립 투어다. 4대 메이저 대회도 마찬가지다. 이번 히어로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은 매킬로이의 새해 첫 출전 대회로 이 대회 세 번째 우승을 노린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주도하는 LIV 골프는 다음 달 24일 멕시코 대회를 시작으로 14개 대회 일정의 두 번째 시즌에 돌입한다. 시즌 총상금은 4억 500만 달러(약 5000억 원). 멕시코부터 호주·싱가포르·스페인·잉글랜드·사우디까지 6개국을 돌 예정이며 특히 8개 대회는 미국에서 치를 계획이라 지난 한 해 불붙었던 PGA 투어와의 자존심 대결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IV 첫 시즌의 대회 일정은 총 8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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