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들이 새해 들어 대대적인 ‘서비스 다이어트’에 나섰다. 앞서 사업 확장을 위해 내놓았지만 이용자를 모으는 데 실패한 신규 서비스들을 접고 본업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 상황이 맞물리면서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운영 효율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IT 업계에 따르면 라인플러스(라인),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카카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들이 일제히 연초에 신규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라인플러스는 라인 애플리케이션에서 지원하는 쇼트폼(짧은 형식) 동영상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인 붐(VOOM)’의 한국 서비스를 다음 달 28일 종료한다. 라인 관계자는 “일본을 포함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라인 붐의 이용량이 많지 않아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며 “앞으로 한국에서는 메신저 사업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러한 설명대로 라인은 올해부터 SNS로의 확장을 멈추고 카카오톡과의 메신저 경쟁에 역량을 쏟을 방침이다.
라인 붐은 라인이 지인끼리만 소통하는 메신저를 넘어 비(非)지인끼리도 관심사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페이스북 방식의 SNS로 성장하기 위해 2021년 11월 출시된 서비스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앱 이용자 수가 적다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라인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달 180만 명으로 카카오톡(4200만 명)에 크게 밀린다.
핀테크 플랫폼 토스는 반대로 메신저 서비스를 접는다. 2021년 9월 카카오톡의 메신저 및 오픈채팅(개방형 익명 채팅) 기능과 비슷한 ‘토스 채팅’을 토스 앱에서 선보였지만 약 1년 반 만인 다음 달 10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이용자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핀테크를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 연계가 가능하지만 하루 이용자 3만 명 수준의 채팅으로는 이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토스는 지난해 5월부터 채팅방을 만든 방장에게 매일 최대 1만 5000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벌이며 이용자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는 메신저 외 신사업인 ‘구독온(ON)’ 서비스를 이달 16일 종료했다. 이용자에게 실물 상품을 매달 배송해주는 정기 구독 서비스로, 카카오의 커머스(상거래) 사업 약점인 실물 배송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보완하려는 전략이 있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널(톡채널)을 중심으로 한 커머스 개편을 통해 실물 배송 사업 전략도 다시 세울 계획이다.
배달의민족은 생필품 배달 서비스를 묶음배송에서 단건배송으로 확장한 ‘B마트1’을 ‘배달 효율성 강화’ 목적에 따라 출시 1년 만인 이달 27일 종료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리디는 스토리(웹툰·웹소설) 사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라프텔의 운영을 애니플러스에 넘긴 바 있다.
플랫폼 기업 외 게임사 엔씨소프트도 경쟁사에 밀린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매각하고 다음 달 17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6년 만에 최저 실적을 기록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대규모 감원의 여파로 2017년 가상현실(VR) 시장 선점을 위해 인수했던 VR 플랫폼 ‘알트스페이스’, 구글은 성적이 부진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스타디아’의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 역시 크고 작은 사업 구조 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경기 침체 상황에 맞물려 나온 운영 효율화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 일각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 상황에서 고객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문어발식(式)으로 사업을 다 갖고 있는 것보다는 주력 사업을 고도화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며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업계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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