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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도난 사건…소각 위기…명화 32점에 숨겨진 이야기

■사연 있는 그림

이은화 지음, 상상출판 펴냄





1911년 8월 21일,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도난당했다. 정기 휴관일인 월요일에 그림이 없어진 후 꼬박 24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뒤늦게 도난 신고를 받은 파리 경찰은 박물관 폐관 조치와 동시에 프랑스 전역의 ‘국경 봉쇄’까지 선언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파리 시민들이 구름떼처럼 루브르로 몰려들었다. 사라진 그림이 걸렸던 빈 공간을 보기 위해서였다. 수사과정도 흥미진진했다. 화가 파블로 피카소,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모나리자’는 도난 사건 2년 4개월 후 모습을 드러냈다. 루브르가 아닌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미술관에서였다. 사연은 이렇다. 그림을 훔친 범인은 이탈리아인 빈센초 페루자였고, 루브르에서 작품 보호용 유리벽을 만들기 위해 고용된 이주노동자였다. 그는 “나폴레옹이 약탈했던 이탈리아 그림을 고국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일리 있는 말이긴 했다. 다빈치는 피렌체에서 4년에 걸쳐 ‘모나리자’를 완성한 후 평생 애지중지 아꼈다. 화가가 세상을 떠난 후 제자에게 상속된 것을 프랑수아 1세가 구입해 프랑스로 넘어갔다. 피렌체가 원래 작품의 자리였던 것은 맞지만, 약탈 문화재는 아니었다. 도난범 페루자는 피렌체의 화상에게 “모나리자를 이탈리아의 미술관에 팔고 싶다”고 편지를 보냈다. 화상은 우피치미술관 쪽에 연락했고, 우피치 관장은 실물을 보고 작품 구입을 결정하겠다고 말해 ‘모나리자’가 우피치미술관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림은 우피치미술관에서 전시된 후 파리로 돌아갔다. 되돌아 온 그림은 또한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명성에 전설 하나가 더 추가됐다.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 미술사를 빛낸 걸작에는 우리가 몰랐던 숨은 사연들이 꼭 있다”고 소개하는 저자는 미술가이자 칼럼니스트이며 미술관에 대해 강의하고 책을 쓰는 ‘뮤지엄 스토리텔러’다. 신간 ‘사연 있는 그림’은 미술사에 박식한 저자가 꼽은 32점의 명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자신의 주치의를 그린 ‘가셰 박사의 초상’은 1990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8250만 달러, 현재 가치로는 약 1770억원에 일본의 기업가 사이토 료에이 명예회장의 품에 안겼다. 반 고흐 마니아였던 사이토 회장은 자신이 죽으면 이 그림도 함께 화장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6년 소장자 사후, 이상하게도 이 그림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그림을 극도로 혐오했으나 ‘아름다운’ 그림을 남긴 마크 로스코, 죽기로 결심하고 걸작을 남긴 폴 고갱, 고독과 외로움을 그린 에드워드 호퍼, 뒷모습을 그린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등을 명료한 설명의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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