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로직스가 2022년 매출 3조 원을 돌파한 것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역사에 하나의 큰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경제 혼란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실적의 의미는 더욱 크다. 삼성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를 택해 집중 육성한 것은 역시 옳은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대기업 사이에서 나왔다.
27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 13억 원과 영업이익 9836억 원의 경영 실적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91%, 영업이익은 80% 성장했다. 2011년 설립해 2020년 처음 매출 1조 원(1조 1648억)을 넘긴 이후 2년 만에 3조 원을 돌파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과시했다.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문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시킨 데 따른 영향도 실적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 세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인 투자와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이 같은 실적을 달성했다”며 “글로벌 선두권 바이오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실적이 지난해 글로벌 금융과 공급망 혼란 여파로 줄줄이 꺾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번 실적과 추가 성장에 대한 의지 표시는 더욱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성과를 사업 부문별로 보면 먼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부문은 지난해 10월 착공 23개월 만에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능력(24만ℓ)을 갖춘 4공장을 부분 가동하며 생산능력을 강화했다. 4공장은 아직 풀가동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현재까지 글로벌 제약사 8개사와 11종 제품에 대해 계약 체결을 완료한 상태다. 이외에도 “추가로 26개 이상 잠재 고객사와 34종 이상의 위탁생산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위탁개발(CDO) 부문에서는 차세대 이중항체 플랫폼 ‘에스듀얼(S-DUAL)’과 신약 후보물질의 안정성 등을 분석·선별하는 ‘디벨롭픽’을 출시한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누적 수주 74건과 CDO 누적 수주 101건을 기록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누적 수주액은 95억 달러 규모다.
지난해 4월 100% 자회사로 편입시킨 삼바에피스의 성과도 컸다. 특히 삼바에피스는 지난해에 2021년 매출 기준 세계 1위 의약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고농도 제형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해 올 6월 말 고농도와 저농도 제형 모두 미 시장에 출시한다. 삼바에피스는 지금까지 총 10종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중 6종을 상용화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 5000억 원을 투자해 생산능력·포트폴리오·지리적 거점의 ‘3대 축’ 중심 성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인천 송도에 제2바이오캠퍼스를 건설해 생산능력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항체약물접합체(ADC)·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의약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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