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경제적 요인과 지정학적 갈등, 이상 기후 등 각종 변수로 가격 예측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중국의 방역 조치 완화로 수요가 급증할 경우 국제 에너지 가격의 중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27일 한국은행 조사국은 ‘최근 에너지 수급 여건 점검’을 통해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수급 불안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제품 수입금지 등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혼재돼 있다는 평가다.
먼저 원유는 러시아산 원유 공급 감소, 석유수출국기구(OPEC) 공급 불안 등 공급 측면에서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우려와 달리 유가 상한제 등 러시아산 원유 제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까지 제한적이지만 러시아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만큼 공급 감소 가능성이 여전하다. 원유 공급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OPEC도 회원국들의 감산 기조와 증산 여력 제한으로 공급 여력이 과거보다 줄었다. 친환경 기조 확산으로 원유 생산 시설 등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면서 중장기적인 공급 감소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수요 측면에서 중국의 방역 조치 완화 이후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지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정체된 상태지만 중국 경제가 초기 혼란을 극복하고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글로벌 원유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리오프닝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여행업 회복세가 강화되면서 항공유 수요도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재비축 가능성도 원유 수요 확대 요인이다.
천연가스도 러시아발 공급 감소가 변수다. 여기에 유럽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로 아시아 국가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기적으로 수급 불안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된다. 동절기 혹한 등 기상 이변으로 LNG 공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다만 천연가스 역시 중국의 방역 완화로 인한 가스 소비 증가가 변수다. 유럽 내 가스 수급이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 내 가스 수요 증가는 LNG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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