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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해외 인재에 승부 걸어라”…GE·인텔·애플서 대거 영입

■신년 사장단 회의 주재

GE 윤성호 데려와 모터기술 개발

생활가전 R&D 분야서 중용할 듯

애플 출신 칩 전문가 이종석 발탁

인텔 이상훈도 뽑아 파운드리 강화

李 '인재 경영 철학' 점차 구체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세탁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제너럴일렉트릭(GE)·애플·인텔·에릭슨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임원급 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등 고급 기술 인력을 유치하고 있다. 기존 사업 강화와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올리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29일 삼성전자에 정통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 사장단과 수시로 공식·비공식 회의를 갖고 있다”며 “이 회장은 사장단에 해외의 우수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메시지를 가장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삼성전자는 미국 GE에서 차세대 항공기 엔진 연구개발(R&D)을 담당하던 윤성호 상무를 영입했다. 미국에 본사가 있는 GE는 항공기에 탑재되는 고성능 엔진 분야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58%를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윤 상무는 2012년부터 약 11년간 이 회사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내 선행전문기술그룹장으로 일을 시작한다.

삼성전자가 윤 상무를 영입한 것은 가전용 첨단 모터 기술 개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간 연구해왔던 고성능 엔진 기술을 에어컨·냉장고·청소기 등 삼성전자 가전용 모터·컴프레서 기술 연구에 접목할 것으로 보인다. 모터·컴프레서는 ‘생활 가전의 수명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자제품에서 중요하다. 이 부품들은 생활 가전의 운동 속도, 동작 제어, 디자인은 물론 최근 유행하는 가전 업계의 에너지효율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부회장이던 지난해 6월 14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반도체 협력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IFA 전시회에서 ‘에너지효율 1위 가전 브랜드’ 비전을 선언한 만큼 윤 상무를 고효율 가전 R&D 분야에 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미래 생활 가전 기술 개발에 큰 관심을 쏟는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조직 개편에서 사내 연구 조직 삼성리서치에 차세대가전연구팀을 신설하고 모바일 담당 조직인 MX사업부, TV 사업을 맡는 VD사업부 인력을 생활가전사업부로 배치하는 등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삼성전자 각 사업부는 윤 상무 영입 외에도 미래 기술 발굴과 신사업 모색을 위해 고급 인력 모시기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라이벌 업체에서도 임원급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MX사업부에서 애플 출신 칩 개발 전문가 이종석 상무를 발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MX사업부는 갤럭시 폰 전용 칩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솔루션개발팀을 조직했다. 애플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탑재되는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에 관여했던 이 상무는 이 팀에서 아키텍처그룹장으로서 전용 칩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는 삼성전자가 육성 중인 칩 위탁 생산(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 인텔에서 극자외선(EUV)을 연구했던 이상훈 부사장을 영입했다. 그는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에서 7㎚(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 공정에 쓰이는 EUV 노광 기술 확보에 힘쓸 예정이다. 또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고급 후공정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애플 출신의 김우평 부사장을 미국 패키징솔루션센터장에 앉히기도 했다.

재계는 삼성전자의 잇따른 외부 기술 인재 영입이 이 회장의 인력 양성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사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며 전문 인력 강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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