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미국의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삼성전자의 기업 설명회를 앞두고 움츠리고 있다. 직전 거래일까지 코스피가 11% 넘게 상승하자 일부 증권사들은 추가 외국인 수급 유입의 가능성이 있다며 눈높이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비관론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기대란 기대는 모두 반영한 현 증시 수준에서 추가 상승할 가능성보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30일 오후 2시 39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31포인트(1.14%) 내린 2455.71을 나타내고 있다. 소폭 상승 출발했던 코스피는 곧바로 하락 전환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을 키워가는 중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외국인이 7조 원 가까이 사들이면서 지수가 2500선을 두드리자 일부 증권사는 태세전환을 시도했다. 현재 외국인 지분율 등을 고려했을 때 추가적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으며 지수의 반등세가 지속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하나증권은 코스피의 2월 상단을 2550포인트로 제시했으며 2600선까지 다다를 수 있다고 봤다. 2550은 지난해 말 하나증권이 전망한 올해 코스피 전망치의 상단에 해당하는 수치다. 삼성증권은 투자자들에게 현재 수준에서도 주식을 팔면 안 된다는 조언까지 하기도 했다.
동시에 대신증권 일부 증권사는 비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깜짝 반등’이 기현상이며 주식시장은 호재만 반영되는 확증편향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3200~3300포인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2021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시장은 작은 변화를 단초로 기대감을 증폭시켰고 최근에는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 주 중국 경기회복 속도, 미국 통화정책 입장, 한국 반도체 업황 기대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현재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는 ‘서프라이즈 모멘텀’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대에 충족한다면 증시는 정체를 보일 것이고 ‘서프라이즈 모멘텀’이 부재하거나 작은 실망감이 유입될 경우 현재 위치의 글로벌 증시는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 하방 위험을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2000~2001년 미국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금리인하 국면에 돌입할 경우 급락의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론도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00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언급되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후반부에서 나스닥은 35%가량 반등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 선회 뒤로 증시는 크게 하락했다. 1500포인트를 넘나들던 나스닥은 1년 만에 1000포인트대까지 하락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 반등은 2000년 금리 동결 국면의 반등 사례를 연상시킨다”며 “2000~2001년 사례를 참고한다면 오히려 금리인하 국면에서 주식시장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