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이 2년간 표류 끝에 드디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안이 최종 시행될 경우 의무를 위반한 게임사는 2년 이하의 징역형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법안이 게임의 재미를 해치는 과도한 ‘P2W(Pay to Win·과금해야 이기는 구조)’ 수익모델을 근절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외 업체와의 역차별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상헌, 유정주, 유동수, 전용기, 하태경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법 개정안 5건을 병합 심사해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통과한 법안은 지난달 20일 문체위에서 합의한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합의안에 따르면 향후 문체부 장관은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게임사에 대해 시정권고 및 명령을 할 수 있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문체부 측의 반대의견을 수렴해 다중뽑기(컴플리트 가챠) 아이템 판매 금지, 게임물이용자위원회 설치 등은 합의안에서 제외됐다.
비록 높은 수위의 규제들은 빠졌지만 자율규제로만 운영돼 오던 걸 법제화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게 찬성 측의 중론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는 지난 2015년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시행해왔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 한계로 꼽혔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이번 법안은 무엇보다도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사업 모델을 폐기하고 게임 자체의 재미를 높이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미 넥슨 등 주요 게임사들이 새로운 수익 모델로 선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이미 자율규제를 준수해 온 만큼 법안 통과로 인해 크게 바뀌는 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해외 업체에 대한 강제력이 사실상 없어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자율규제를 어겨온 건 대부분이 해외 게임사”라며 “법제화가 된다 한들 이들에게 법안 준수를 강제할 방도가 없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GSOK이 이달 25일 공개한 확률공개 미준수 게임물 목록을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자율규제를 미준수한 15종 게임 모두 해외 게임사가 개발한 작품들이다.
한편 통과된 이번 개정안은 오는 31일 예정된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 등 수 차례의 절차를 거쳐야 공포·시행될 수 있다. 전체회의 의결은 유력할 전망이나 법사위 상정에 실패하는 등 막판에 법안이 좌초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에도 적용 대상 게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하는 만큼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시행령을 촘촘히 짜야 한다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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