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상치 못한 반등장에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주가가 급락하지만 않으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증권가 조언이 나온다. 올해는 지난해만큼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이 적은 데다 예금금리가 3%대로 떨어지면서 7%가 넘는 쿠폰금리(예상 수익률)를 제시하는 ELS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6월·7월 5900억~8000억 원 수준이던 ELS의 조기 상환액은 12월 1조 9679억 원까지 증가했다. 9월과 11월에는 2조 5000억 원대까지 늘기도 했다. 올해 1월 들어서는 1조 5235억 원이 조기 상환됐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달 ELS 조기 상환 금액이 전달 대비 줄어든 것은 6개월 전 발행 규모가 적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큰 흐름에서 조기 상환되는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LS 발행 금액 역시 일부 증권사에서는 최근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ELS 발행 금액이 올해 1월 들어서는 전달 대비 늘었다”며 “상품 가입자 수 역시 전달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ELS 발행 금액은 지난해 4월 4조 855억 원에서 7월 1조 1535억 원까지 쪼그라든 뒤 지난해 말 1조 4000억 원대를 유지했다. 이달 발행 금액은 1조 4076억 원이다.
국내를 포함해 주요국 증시가 개선되는 등 ELS의 조기 상환 여건이 나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ELS는 계약 만기일까지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주가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원금까지 잃을 수 있는 녹인(원금 손실) 구간은 통상 기준가의 45~50%로 설정돼 주가나 지수가 반 토막 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환되는 ELS의 대부분은 6개월 전 코스피지수가 2290선까지 폭락하던 때 발행된 것”이라며 “그때보다 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조기 상환이 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9월의 기초자산 기준가도 낮기 때문에 올 3월에도 조기 상환이 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을 지켜봐야겠지만 지난해보다 ELS 투자 환경이 안정화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ELS에 우호적인 시장 상황이 조성되면서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의성 미래에셋증권 반포WM지점장은 “올해 증시가 ‘상고하저(상반기 상승 하반기 부진)’냐 ‘상저하고’냐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지만 지난해만큼 하락 베리어(원금 손실 구간)를 터치할 정도의 급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중국과 홍콩H지수도 리오프닝의 영향으로 향후 1~2년 정도는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수의 급반등을 노리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하락을 보이기도 어려운 애매한 시기에는 주식형 자산보다는 ELS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10% 가까이 상승했지만 고점 대비로는 많이 떨어진 올해가 적당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최근 주요 은행의 3년 만기 정기예금금리가 3%대로 떨어지면서 7~8%가 넘는 쿠폰금리를 제시하는 ELS 상품의 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닛케이225지수·유로스톡스50지수·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미래에셋증권 제33462회 ELS(만기 3년)의 쿠폰금리는 7.8%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홍콩H지수·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 지수로 삼는 키움증권 제2215회 ELS(만기 3년)의 쿠폰금리는 9.6%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큼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이 적어 ELS 상품들의 원금 손실 위험성이 이전보다 낮아진 데다 예금금리도 떨어지고 있어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라면 ELS를 포트폴리오에 담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박스권 장세에서도 급락하는 종목이 있기 때문에 기초자산이 개별 주식인 종목형 ELS보다는 주가지수인 지수형 ELS를 추천한다”고 했다.
다만 ELS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중위험 상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 장 선임연구원은 “발행사가 제시한 상품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며 “ELS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중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동성이 작으면서 고점 대비 많이 하락한 국가의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것도 리스크를 줄이는 하나 중 방법이다. ELS의 환매 소득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 역시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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