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은 31일 “달러화 강세는 기업들의 달러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켜 생산 활동을 위축시키고 거시적으로 수출을 감소시키기 한다”고 말했다. 강달러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이 늘어난다는 기존 이론과 반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 것이다.
신 조사국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 방안’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신 국장은 ‘세계경제 전망과 글로벌 교역’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면서 “실증적으로도 달러화 강세는 순수출 개선보다는 금융 경로가 우세하게 작동해 수출 감소로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실물 부문의 세계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심화로 기업의 운전자본 조달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금융여건이 공급망 고도화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물부문의 세계화와 금융부문의 세계화와 동시에 발생한 현상임을 보여주면서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실물 금융 간 연계는 필연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글로벌 교역 상당 부분이 달러를 통해 결제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글로벌 공급화 심화는 기업들의 달러자금 수요를 확대시키고 이로 인해 달러화 가치 변동이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통해 생산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경로’ 출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신 국장의 설명이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결과 달러화 가치는 빠르게 상승했으나 지난해 10월 이후 하락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도 1440원대에서 1220원대까지 급락했다. 다만 신 국장은 “달러화 가치 하락이 수출 개선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므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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