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명품을 중심으로 한 보복 소비가 폭발하며 국내 백화점들의 연간 판매액이 통계청의 소매판매액 집계 이래 처음으로 대형마트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주요 오프라인 점포들이 활기를 되찾았지만,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며 두 채널 간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는 소비심리 둔화와 물가 이슈, 일부 지자체의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 등 변수가 있는 만큼 이 변화가 장기적인 추세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백화점의 연간 판매액 추정치는 37조 7674억 원으로 같은 기간 대형마트 판매액(34조 7738억 원)을 앞섰다.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첫 역전이다. 통계청은 매월 소매 업태별 판매액을 집계해 공표하는데, 2015년 대형마트에 포함돼 있던 면세점을 별도 업태로 분리하며 집계 방식을 개편한 바 있다. 각 업태로 등록돼 영업 중인 사업체 중 일정 규모 이상은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나머지는 표본 통계로 부가세 등 간접세를 제외한 판매액을 산정한다.
백화점 판매액은 2021년 23%, 2022년 12% 등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코로나 19로 초반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프라인 점포가 크게 위축돼 타격을 입었으나 해외여행이 막히자 ‘대체 소비처’로 명품 등 백화점이 주로 취급하는 고가품이 인기를 끌며 호황을 누린 것이다. 국내 주요 백화점에는 명품을 사기 위해 영업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이 심심치 않게 연출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해외여행 재개로 백화점 수익이 정점을 찍고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외출 수요 증가로 고마진의 패션 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해외여행 지연 속에 명품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면서 우려했던 상황은 오지 않았다.
반면 대형마트는 경제 활동 재개가 오히려 복병이 됐다. 집밥 수요가 줄고 대량 구매도 감소하며 업황 회복의 탄력이 떨어진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코로나 봉쇄에 따른 원자재가·소비자 물가 상승에 생필품 보다 저렴하게 사려는 소비자가 식자재마트나 e커머스 등 다른 채널로 분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올해는 유통 시장을 둘러싼 변수가 많아 소매 업태별 판매액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고물가·고금리 부담 속에 지난해 대비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명품과 MZ로 대표되는 ‘구원투수’ 덕에 펜데믹을 ‘최호황기’로 장식한 백화점들도 지난해 연말부터 긴축 모드를 가져가며 소비자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형마트들은 올해 ‘의무 휴업일 변경’이 산업의 재도약을 결정지을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주요 대형마트들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의무적으로 영업을 쉬는데, 그동안 대부분이 평일 대비 매출이 1.5~2배 많은 일요일을 휴업일로 정해 왔다. 이 같은 조치가 온라인 쇼핑 채널과의 격차를 만들고, 마트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 속에 대구가 전국 특·광역시 중 처음으로 오는 13일부터 의무휴업일을 월요일로 변경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점포마다 다르지만, 주말 매출이 평일 대비 두 배에 달한다”며 “매월 두 번 포기했던 일요일 영업을 확보하는 것이 여러모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구에 이어 경기도와 대전·광주 등지에서도 동향 파악에 나서며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을 검토 중이다.
대형마트들은 이 외에도 상권 분석을 반영해 기존 점포를 특화 점포로 리뉴얼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부분이 오프라인 채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델리(조리식품) 부문과 와인 전문 코너 강화, 매장 내 동선 개선, 체험 시설(임대 점포) 확대 등에 방점을 찍고 있다. 홈플러스는 초대형 식품 전문 콘셉트의 ‘메가푸드마켓’을 내걸고 기존 점포 중 16곳을 리뉴얼했으며 롯데마트와 이마트(139480)도 2021년부터 대대적인 점포 새단장을 진행해 왔다.
한편 지난해 편의점 판매액은 31조 1947억 원으로 처음 30조 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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