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층 마천루인 롯데월드타워를 소유한 롯데물산이 최대 20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현금 부자’로 명성을 쌓아온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연초부터 대거 회사채 발행에 나서며 현금을 쌓자 대기업들의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감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물산은 이달 27일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을 벌여 1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회사 측은 기관들의 투자 수요가 많을 경우 발행 규모를 2000억 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물산의 회사채 발행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롯데물산은 롯데그룹의 상징인 123층 롯데월드타워와 대형 쇼핑몰인 롯데월드몰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해왔다. 회사의 영업 현금 흐름은 롯데월드타워의 임대 수익과 지분 20%를 보유한 롯데케미칼(011170) 배당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건설 지원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으로 롯데케미칼의 배당 여력은 현저히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비해 롯데물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단기 금융 상품 포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약 4300억 원으로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약 4640억 원)과 이자 및 투자 비용 등을 충당하기가 만만치 않다. 롯데물산이 자금 보충 약정을 한 롯데인천개발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CP) 8000억 원 역시 이달 만기가 도래한다.
특히 롯데물산이 롯데건설의 금융기관 차입금 4500억 원(5300억 원 한도)에 대한 자금 보충을 추가 약정하면서 신용등급 전망이 ‘AA-급,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됐기 때문에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연초에 선제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말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자금난을 겪은 롯데건설 사태에 올 들어 현금 방파제 구축을 일찌감치 강화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1월 초 25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롯데제과와 호텔롯데 등 주력 계열사들이 각각 3000억 원 이상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했으며 롯데하이마트는 이달 3일 1200억 원 규모 사채를 발행한다.
롯데칠성(005300)음료와 롯데쇼핑(023530) 역시 각각 이달 8일과 16일 수요예측에 돌입해 각각 15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며 두 곳 모두 3000억 원까지 증액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롯데칠성음료는 AA, 롯데쇼핑은 AA-여서 채안펀드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부산롯데호텔과 롯데지알에스가 1월에 각각 300억 원, 200억 원의 사모 사채를 발행한 것까지 포함하면 연초 롯데그룹이 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하는 현금만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모 회사채만 놓고도 롯데 계열사는 총 8곳에 달해 △SK(034730)그룹 2곳(SK가스·SK지오센트릭) △LG(003550)그룹 2곳(LG화학·LG유플러스) △신세계(004170)그룹 2곳(신세계·이마트) 등 다른 대기업집단에 비해 많다.
롯데는 지주사가 4월 중 2000억 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컬처웍스 등도 차환 등이 필요한 물량이 있어 추가 회사채 발행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건설의 유동성 리스크로 롯데지주(004990)와 롯데물산·롯데쇼핑 등 핵심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이 붙자 조기에 이를 해소하려는 듯하다”면서 “올해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들의 실적 악화 가능성이 큰 만큼 시중 자금이 풍부한 연초에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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