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울산 소재 화학 업체들이 페트병 원료 생산에 필요한 촉매의 가격·생산량 등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의 담합 기간이 17년에 달하는 만큼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현장 조사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가 담합을 이유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물가 상승을 초래한 원인으로 중간재를 주목하고 화학 업종뿐 아니라 다른 업종까지 대대적인 조사를 벌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부산사무소는 지난달 촉매 제조 업체인 OSC·제이테크·메케마코리아 등 3사를 현장 조사했다. 이들 업체는 롯데케미칼(011170)·태광산업(003240)·삼남석유화학 등이 페트병의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TPA)을 생산할 때 필요한 코발트·망간·브롬(CMB) 촉매를 제조해 납품한다. 메케마코리아는 대만 화학 업체 메케마(MECHEMA)의 국내 법인이다.
공정위는 촉매 업체 3사가 2005년부터 약 17년간 가격·생산량 등을 담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사의 CMB 촉매 관련 연매출이 수백억 원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담합으로 인한 누적 매출액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담합에 따른 과징금 상한 20%(공정거래법 개정 이전 10%)를 적용하면 수백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번 현장 조사는 공정위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중간재 담합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실시됐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국민의 부담으로 직결되는 민생 분야,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중간재 분야의 담합을 중점 감시할 것”이라며 건설 분야 원부자재, 산업용 소재·부품·장비 등을 주요 감시 분야로 꼽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간재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021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줄곧 10%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상승률이 7.8%로 소폭 꺾였지만 여전히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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