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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썼는데 14만원 더 나왔어요"…전기·가스요금 인상에 유통업계 비명

지난해 대비 난방 덜 사용해도

전기요금 상승에 관리비 2배 ↑

호텔, 고정비 부담에 직원 캠페인

편의점·식당, 온도 낮추고 메뉴 변경

5일 경기도 고양시 한 음식점에 최근 3개월 도시가스 요금 청구서가 놓여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해보다 난방을 줄이고 전기를 덜 사용했는데도 전기 요금은 10만~20만원씩 더 나와요. 이달에는 고지서 열어보기가 더 두렵습니다.”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지난 1월 전기 요금 고지서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한 달 간 사용한 전기는 총 4925㎾. 지난해 동기(5092㎾) 대비 167㎾를 적게 사용했지만, 요금은 67만원에서 81만원으로 14만원이 비싸졌다.

#서울 구로구의 한 미용실. 지하철 역 바로 앞 대형 상가에 100평 규모로 위치한 이 곳은 1월 관리비가 평소 대비 2배 가까이 나왔다. 점주 B씨는 “물가가 오르고 공과금이 올랐다고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엔 진짜 놀라서 관리비 고지서를 다시 봤다”며 “미용실의 기본은 난방인데, 온수와 열기구의 사용으로 인한 가스 요금, 전기 요금마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 매장은 접근성이 좋고, 단골 고객이 많아 건물을 지었을 때부터 10년이 넘는 세월을 지킨 터줏대감 격 매장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물가가 오르고 월세 부담마저 늘어난 데다가 인근 미용실이 잇따라 오픈하며 수익이 떨어지던 중 이번 가스 요금 폭탄을 계기로 운영 효율화 방안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결국 점주 B씨는 건물주와 협의 끝에 영업장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에너지 수입 가격 급등에 따라 전기·가스·수도요금이 폭등하자 유통 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에 고객들의 지갑이 더욱 닫히는 상황에서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 고정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까지 인상 폭을 더 웃도는 요금 상승이 한 차례 더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유통 업계는 생존을 위한 에너지 절감 대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을 비롯해 편의점·마트 등 유통사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자 고정비 절감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앞선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8.3%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물가 상승률에서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는 지난해 7월 0.49%포인트에서 지난달 0.94%포인트로 높아졌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의 약 5분의 1을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끌어올리며 소비자물가는 110.11(2020년=100)로 작년보다 5.2%가 올랐다. 전달 대비 상승폭은 0.2%포인트 확대됐다.

1월 전기요금 청구서./사진제공=연합뉴스


이 중 영업 활동과 직결된 ㎾h당 전기 요금은 이미 지난해 4월과 7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19.3원, 올해 1월 13.1원 오르며 총 32.4원이 인상됐다. 1년 새 약 24.7%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다.

도시가스 도매가격도 41%가 올랐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산업용 도시가스용 천연가스의 도매요금은 지난해 1MJ 당 22.27원에서 지난 1월 31.28원으로 40.5%가 상승했다. 업무 난방용도 23.83원에서 32.72원으로 37.3%가 비싸졌다.



호텔 등 숙박업소가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집에서 마음껏 사용하지 못했던 난방 등을 마음껏 쓰고 가자”며 실내 온도를 높이는 투숙객이 많기 때문이다. 식음료(F&B) 업장을 비롯해 온수풀, 수영장, 사우나 등 부대시설도 가스와 수도 요금 인상으로 고정비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제지할 순 없는 상황. 로비를 비롯한 공용 공간의 온도 역시 고객들의 컴플레인을 우려해 낮출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일부 펜션에서는 고객들이 실내 온도를 30도 가까이 높임과 동시에 에어컨을 사용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노후자금을 투자해 펜션을 운영 중인 C씨는 “난방비 뿐 아니라 가스 요금 등 감당이 어렵다"며 폐업을 고민 중이다.

호텔 직원 업무용 PC에 붙은 사내 에너지 절약 캠페인 스티커./사진제공=조선호텔앤리조트


이렇다 보니 국내 호텔들은 직원들이라도 고정비 사용을 줄이자는 절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부 호텔에서는 직원들 업무용 PC 아래 ‘1×4㎝' 크기의 절전 생활화 에너지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점심시간에는 사무실 조명을 모두 소등하는 등 에너지 절감에 앞장서고 있다. 아울러 폐열을 회수해서 열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열 교환기를 설치하며 고효율을 꾀하고 있다.

국내 시내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직원들 간에 절약할 수 있는 사무실 등에서라도 절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운영비에 부담이 가중되다 보면 결국 객실 사용료를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내에 위치한 온장고에서 고객이 음료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편의점도 한 달 새 운영비가 2배 이상 늘어나며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항시 운영해야 하는 오픈형 냉장고, 전자레인지, 조리기들이 많다 보니 전기 요금을 충당하기가 점차 어려워 지는 것. 이에 점주들은 실내 온도를 낮추거나 카운터에 전기 방석, 히터 등을 설치하는 등 난방기 가동을 최소화 하고 있다. 아울러 겨울에는 음료 냉장고도 1시간 간격으로 가동하거나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에는 형광등을 꺼두기도 한다. 편의점 관계자는 “매달 전기 요금이 40만원대로 나오던 곳이 50만~60만원으로 늘었다”며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옷을 껴입고 있지만, 손님들의 컴플레인이 무서워 실내 온도를 쉽게 낮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마트들은 꾸준한 고효율 에너지 설비 투자 사업을 진행 중이고, 오픈형 냉장고 마다 쇼케이스 도어를 설치할 예정이다. 식당 역시 가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메뉴로 전환을 하거나, 브레이크타임을 도입하고 마감 시간을 줄이는 등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오일쇼크 이후 40년 만에 원가의 압박이 심해지며 공공요금이 전반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며 “올해 소비위축이 우려되는 만큼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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