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003240)이 올해 주총에서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선임에 ‘3%룰’을 적용하지 않으려다 제동이 걸렸다. ‘3%룰’이란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다. 태광산업이 이번 감사위원 선임에 3%룰 배제를 추진하자 행동주의 펀드가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받아 이를 무산시켰다. 태광산업의 ‘꼼수’에 제동이 걸리면서 주총 표 대결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8일 “태광산업이 지난해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를 분리선출한 행위는 위법이라는 법무부 상사법무과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행 상법 제542조의12 제2항은 분리선출로 선임한 감사위원을 1명으로 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선임한 이사의 지위는 인정하지만 분리선출된 것은 무효로 한다”며 올해 주총에서 추가로 이사를 분리선출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분리선출제도란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는 3%룰을 적용, 일반 사외이사와 따로 선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소수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2020년 도입됐다. 대주주 지분율이 과반인 기업도 소수주주들이 추천하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어 대표적인 소수주주 보호제도로 평가받는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도입한 분리선출제도를 악용,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지난해 현행법을 어기면서까지 감사위원을 추가로 분리선출한 것은 올해 소수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제안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2021년에 분리선출로 선임된 나정인 이사의 임기가 3월로 만료돼 올해 주총에서 소수주주들은 분리선출로 감사위원 선임을 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지난해에도 분리선출한 사람이 있다”며 거부해왔다.
일각에서는 태광산업과 같은 사례가 상장사 등에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부 로펌에서는 이번 사례에 대한 케이스스터디에도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기업이 편법으로 회피하는 행태가 계속되는 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광산업 측은 “감사위원 2인을 선출해도 소수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았기에 해당 조항을 악용했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며 “감사위원을 1명을 초과해 분리선출하는 것이 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면 앞으로는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1명으로 제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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