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조선소를 보유한 HD현대와 조선업에 막 진출한 한화(000880)가 선박용 엔진 제조업체인 STX중공업의 인수를 놓고 격돌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STX중공업 매각을 추진 중인 사모펀드 운용사인 파인트리파트너스는 보유 중인 선박 엔진 부품업체인 캐스코를 함께 파는 ‘패키지 딜’에 힘을 싣고 있어 이런 방안에 긍정적인 또 다른 사모펀드가 STX중공업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TX중공업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본입찰을 내달 2일 실시할 방침이다. 매각 지분은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47.8%로 희망 매각가로 1000억 원 가량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연말 진행된 STX중공업 예비입찰에는 HD현대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과 한화그룹, PEF 운용사인 소시어스 등 3곳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본입찰에 앞서 8주간 실사를 진행해왔다. 한국조선해양과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완료한 한화는 STX중공업 인수로 선박 엔진 부문의 경쟁력 강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수 경쟁에 나선 소시어스가 STX중공업은 물론 캐스코까지 사겠다고 나서면서 인수전에 적잖은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파인트리파트너스는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려 STX중공업과 캐스코의 분리 매각을 계획했는데 소시어스가 두 기업을 모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매각측은 패키지 딜을 선호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화와 한국조선해양도 캐스코 인수까지 염두에 두고 과감한 베팅을 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캐스코 인수가격으로는 300억 원 정도가 거론돼 인수측 부담은 커질 수 있다. IB업계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나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STX중공업 인수에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는 만큼 캐스코 인수를 포함해 양사가 본입찰에 적극 대응할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TX중공업 인수전이 HD현대와 한화 오너 3세간 조선업을 둘러싼 자존심 경쟁이 되고 있어 인수 가격이 예상보다 높게 형성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파인트리파트너스는 2020년 LS엠트론 등이 보유한 캐스코 지분 80%를 170억 원에 인수했다. 캐스코 인수 3년차로 투자금 회수에 급할 것은 없지만 2018년 인수한 STX중공업의 투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STX중공업과 캐스코 간 사업 시너지가 기대돼 동반 매각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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