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최대주주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지난해 말 에스엠과 프로듀싱 계약을 종료해도 10년 간 500억원 이상을 수취할 수 있도록 계약해 둔 문건이 공개됐다. 에스엠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종료로 최근 이수만 최대주주의 총괄 프로듀서 직함을 해제했고, 이 전 총괄 측은 회사 이사회를 상대로 한 법적 분쟁을 공식화하는 등 양측의 경영권 쟁탈전이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8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공개한 에스엠과 라이크기획 간 '사후정산 약정'에 따르면, 에스엠은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종료 후에도 2025년 말까지 회사 매니지먼트 수익의 3%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지급하도록 했다. 또 기존 에스엠이 발매한 음반·음원 수익에 대해서도 계약 종료 후 2092년까지 로열티 6%를 라이크기획에 지급하도록 명시했다. 양사 계약은 지난해 12월 31일 종료된 바 있다.
얼라인은 "첫 3년 간 400억원 이상, 향후 10년간 500억원 이상이 이 총괄 측에 지급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에스엠이 사후정산 약정을 이행하면 각종 법령에 위반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스엠 이사회에 "이사로서의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의무 위반의 임무해태,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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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인은 지난해부터 에스엠과 라이크기획의 프로듀싱 계약 불공정을 꾸준히 알리며 양사 계약을 종료하게 만든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다. 이성수·탁영준 대표가 주도하는 에스엠 이사회는 적으로 간주됐던 얼라인과 손을 잡은 뒤, 이 전 총괄 측의 사내 영향력을 축소시켜왔다. 그러면서 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창환 얼라인 대표를 이사회 멤버로 받아들이겠다는 계획까지 밝혀둔 상황이다.
얼라인이 이날 사후정산 약정 문건을 공개한 건 에스엠·카카오(035720)·얼라인 연합 대 이 전 총괄 측의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는데 따라 이 전 총괄을 압박하기 위한 행동으로 분석된다. 에스엠은 7일 카카오를 대상으로 신주 123만주(1119억원), 전환사채 114만주(1052억원)를 발행한다고 밝히면서 3자 연합을 꾸렸다. 카카오는 증자를 완료해 에스엠의 2대주주(9.05%)로 올라서면 최대주주인 이 전 총괄(18.45%)의 지배력은 약해질 위기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우려한 이 전 총괄 측이 3자 배정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을 8일 법원에 신청하며 분쟁이 격화됐다. 이에 얼라인이 에스엠 이사회와 협의해 이번 사후약정 문건을 공개했다는 관측과 함께, 이는 이 전 총괄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경영권 분쟁 상황인 회사가 3자 배정 유증을 할 경우 이는 위법이라는 판례가 있지만 이번 에스엠 사건은 오히려 최대주주 측이 가처분을 제기한 거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3자 연합이 이 전 총괄 측을 압박해야 할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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