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이모(45)씨는 TV홈쇼핑 마니아다. 그동안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시작된 TV홈쇼핑 시청이 하나의 취미 생활로 자리 잡았다. 엔데믹으로 재택 근무가 종료되고 외출이 늘어나며 덩달아 TV홈쇼핑에서 옷을 구매하는 횟수도 늘었다. TV홈쇼핑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와 편리함이다. 직접 매장에 가지 않더라도 모델의 핏을 보고 클릭 한 번으로 간편하게 구매가 가능한 데다 소재 대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어 홈쇼핑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품질이 좋은 옷을 싸게 살 수 있는 데다가 마네킹이 아닌 쇼호스트나 모델이 입은 스타일을 참고할 수 있어 좋다”며 “쿠폰과 할인 혜택 등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백화점에 이어 TV홈쇼핑 업계가 소비의 핵심 층인 ‘영포티(젊은 40대)’족을 공략하고 있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꾸미기 열풍’이 확대되는 가운데 소비의 ‘큰 손’으로 떠오른 40대 남성을 주요 타깃으로 방송을 편성하거나 제품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이전에는 TV홈쇼핑의 주요 고객층은 여성 고객들이었다. 하지만 20대부터 온라인 쇼핑을 경험한 영포티 남성들이 비대면 소비인 온라인 패션을 즐기며 시장이 확대됐다. 또 패션에는 관심이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남성 고객들이 주로 홈쇼핑을 찾고 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3040세대 남성 고객은 직전해 대비 20%가 늘었다. 현대홈쇼핑 역시 지난해 4분기 남성패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8%가 증가한 데 이어 지난 달에는 175%까지 확대됐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방송을 시청하는 3040남성 고객은 40%가 늘었고, 충성 고객의 기준이 되는 재구매율은 65%로 집계됐다.
이에 TV홈쇼핑사는 ‘소확행’이나 ‘가심비’같은 소비트렌드가 반영된 라이브방송을 확대하거나 가성비가 좋은 브랜드를 연이어 론칭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판매하는 정통 남성 수트 브랜드 워모수트는 가성비가 좋기로 유명하다. 캐시미어 혼방 울정장 수트는 한 벌에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대표 제품인 프리미엄 캐시미어 수트 한 벌은 10만원 대에 구매가 가능한 덕분에 워모수트는 한 해 동안 50억원이 판매됐다. 비즈니스 캐주얼 코모도 남성복도 3만건의 주문량을 기록했다.
TV홈쇼핑은 최근 남성복 트렌드가 정장에서 비즈니스 캐주얼로 옮겨 간 만큼 ‘원마일 웨어(자택에서 1마일권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셔츠·니트·팬츠를 중점적으로 편성 중이다. CJ ENM(035760) 커머스부문은 본격적인 브랜드 육성을 위해 브랜드 전문 자회사 ‘브랜드웍스 코리아’를 통해 브룩스 브라더스를 육성 중이다. 지난 2021년 CJ ENM커머스부문이 국내 사업권을 획득한 브룩스브라더스는 미국 대통령의 수트로도 유명하다. ‘정통성’과 가성비를 모두 내세운 결과 브룩스 브라더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8%가 신장했다.
최근 들어 브룩스 브라더스는 정통 수트 외에도 편안하고 실용적인 캐주얼라이징 의복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CJ ENM 커머스부문은 브룩스 브라더스의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며 고객 접점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4개 백화점 점포를 신규 출점해 9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20개 백화점 매장을 추가로 출점할 계획이다.
남성을 위한 전용 방송도 만들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남성 패션 스타일링 콘텐츠로 유명한 유튜버 ‘김배우’가 출연하는 남성 패션 특화 방송인 ‘멋진 남자 쇼’를 확대해 고정 편성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월 1회 씩 시범 방송을 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3주 간격으로 토요일마다 방송한다.
이 방송에서는 패션 트렌드, 스타일링 노하우, 착용 후기 등 옷 쇼핑을 어렵게 느끼는 남성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설명과 매칭 제안 등 콘텐츠를 선보인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지난해 단발성으로 진행한 3차례 방송 중 두 번의 전량 매진을 기록하며 3040 남성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며 “관련 방송 편성 확대와 다양한 남성 패션 전문 브랜드를 추가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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