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문 닫는다고 전통시장 간 적 없어요. 시장 상인들 사정이 이해되기는 하만 제 입장에서는 대형마트가 매일 문을 열었으면 좋겠어요”
12일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16년째 미용실 직원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는 이정숙(74)씨는 오픈 시간 15분 전부터 마트가 열기를 기다렸다. 이씨는 “찬거리를 많이 사야 하는데 아무래도 대형마트가 주차하기가 편하고, 카드 할인 혜택도 있다"며 "오늘부터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는 소식에 장 보러 바로 왔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달부터 전국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꿨다. 원래대로라면 둘째 일요일인 이날 대구시의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 60여 곳이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음 날인 13일 월요일에 문을 닫는다.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을 기대했던 인근 주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곳을 찾았다. 주차장에서 식품관으로 바로 이어지는 지하 1층 매장 입구에는 30여 명의 고객이 줄지어 오픈 전부터 입장 대기를 했다. 매주 한 번씩 장을 본다는 최미향(51)씨는 “둘째·넷째 일요일 휴업을 제대로 체크하지 않고 일요일에 마트에 왔다가 헛걸음 한 적도 종종 있었다"며 "그럴 땐 월요일 퇴근 후 늦은 시간에 서둘러 물건을 사곤 했다”고 말했다.
카페, 푸드코트 등 마트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에게도 의무 휴업일 전환은 반가운 일이었다. 이들은 소상공인임에도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일요일에 같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4년째 마트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경아(56)씨는 “보통 평일보다 주말 매출이 30% 이상”이라며 “앞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구시의 이번 의무휴업일 전환이 전국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부터 대형마트 및 SSM에 대해 매월 이틀씩 일요일에 의무 휴업을 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는 전통 시장 발전은커녕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 속 형평성 문제만 낳았을 뿐만 아니라 식자재마트의 성장만 불러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구시는 지난해 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식’을 체결하고 이달부터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후 경기도와 대전·광주 등지에서도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매월 두 번씩 평일 대신 일요일에 근무하게 된 직원들 중 일부는 불만을 토로했다. 노조 차원에서도 이에 대응했다. 이날 대형마트 밖에는 마트 측의 의무 휴업일 변경을 알리는 현수막과 마트노조 측의 ‘일요일에 쉬는 모든 시민처럼 마트 노동자에게도 일요일이 필요합니다’ 등의 현수막이 같이 걸려있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등은 지난 10일 법원에 의무휴업 평일 변경고시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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