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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中, 부동산·금융·첨단산업 한계와 인구 감소로 종합 국력 둔화 불가피”

◆중국 전문가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 GDP 추월 늦춰지고 추월해도 곧 역전 주장 나와

미중관계, ‘투키디데스 함정’ 아니라 ‘예방적 경쟁’ 단계

전략적 모호성 아닌 국익 확보 차원 적극적 외교 펼쳐야

中 애국주의 교육으로 ‘전랑외교’ 강화, 지혜롭게 대응을


중국의 경제성장이 정점에 달했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 이론이 국제 정치경제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0%로 문화대혁명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한 데다 인구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부동산·금융 개혁이 원활하지 못하고 첨단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이 순조롭지 못하며 인구 성장 중단이 성장률 저하로 이어져 중국 국력의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재 미중 관계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아니라 패권국이 규범·질서를 재조정하는 ‘예방적 경쟁’ 단계”라며 “우리는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국익 확보 차원에서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의 성장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피크 차이나’라는 말이 회자된다.

△중국은 1978년 말에 개혁 개방 정책을 당의 공식 노선으로 정한 후 1990년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두 자릿수로 늘어나면서 부상했고 2000년대 초 주요 2개국(G2)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신창타이(新常態), 즉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중·저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세 가지 큰 어려움에 부딪혔다. 부동산·금융 개혁이 원활하지 못하고 미국과의 전략 경쟁 심화로 첨단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인구 증가가 멈추면서 고령화사회 진입, 경제성장률 저하, 청년 실업률 증가 문제 등도 나타나는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가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이 예방적 경쟁을 벌이는 단계에서는 국민과 합의된 가치를 토대로 국익을 정의하고 현안별로 적극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중국의 명목 GDP가 2029년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던 일본경제연구센터가 목표 연도를 2036년 이후로 늦췄다가 이제는 아예 능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고 시진핑 주석의 1인 지배 체제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 현안들이 있는데 이를 해결해나갈 경제 사령탑이 불분명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하는 시간이 늦춰지고 추월해도 다시 곧바로 역전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피크 차이나’라기보다는 중국의 경제나 종합 국력의 성장이 이전에 비해 둔화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첨단 기술 전쟁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동맹·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해 산업 공급망을 재편성하려는 미국과 달리 중국이 독자적으로 첨단 기술·산업을 빠르게 발전시켜나가기는 쉽지 않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미국은 일본·네덜란드·한국·대만·유럽연합(EU) 등과의 분업화를 통해 협력하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술 격차가 나타나면 연계된 경제·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어려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미국이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를 외치며 자국 중심으로 산업 정책을 펼치게 되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상당히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 아닌가.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자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 사슬을 만들게 되면 한국이 이익을 보거나 어려움을 겪는 분야들이 있을 것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배터리 분야는 중국 기업들을 견제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반도체 분야는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 저지로 불리해질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조정해나가느냐가 한국 국익 확대의 관건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동맹·파트너 국가들과 만들어내는 산업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이후 중국과의 협력을 가능한 확대시켜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미국과의 전략적 신뢰가 높아야 한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계속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한국이 인위적으로 의존도를 낮추려고 무리하게 ‘탈(脫)중국’을 할 필요는 없다. 동북아시아 국가 간 산업 분업화 구조가 바뀌고 있다. 중국의 역할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 등이 할 수 있도록 국가 간 산업구조를 개편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다만 중국만큼 규모가 큰 시장, 낮은 원가에 충분한 생산력을 갖춘 대체 국가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이를 감안해 EU가 시도하고 있는 ‘차이나+1’ 전략을 펼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계속해서 지키려고 노력하되 미중 전략 경쟁과 한중 경제 협력에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해 대체 시장, 생산 국가를 지속적으로 찾아나가야 한다.

-미중 패권 전쟁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양상을 띨 것으로 보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미중 갈등을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 강대국이 두려워하게 되면서 전쟁이 발생하게 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본다. 하지만 미중 전략 경쟁의 본질은 ‘예방적 경쟁’ 단계에 가깝다. 패권국은 국제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게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국제사회 환경이 바뀌면서 어느 순간 규범과 질서가 도전 국가에 유리해진다. 도전 국가의 국력 증진 속도가 패권국의 발전 속도를 추월하면 패권국이 규범과 질서를 새롭게 바꾸려고 하는 게 역사적으로 반복된다. 변화된 질서에 도전국이 순응하게 만들면 굳이 군사력을 사용한 물리적 충돌이 없어도 다시 국력의 격차를 확대해 도전을 뿌리칠 수 있게 된다. 규범과 질서의 재편 경쟁을 벌이는 ‘예방적 경쟁’이라면 국익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분 확보 차원에서 적극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규범과 질서의 경쟁에 대응해야 하는가.



△한국은 미중 전략 경쟁의 본질이 ‘예방적 경쟁’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우리의 경제력과 국제사회의 위상을 바탕으로 우리의 이익과 지분 확보를 위한 적극적 외교를 해야 한다. EU가 디지털 세금인 ‘구글세’를 도입할 때 이런 모습을 보였다. EU는 글로벌 디지털 기업이 많은 미국이 이를 거부하자 중국과 논의해 보겠다며 포괄적 투자 협정을 맺었고, 그러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를 받아들였다. 현안별로 유사한 입장을 가진 나라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 배제 전략에 맞서 대응할 체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중국은 경제력의 발전 덕분에 부상한 만큼 우선 경제의 연착륙에 집중하고 있다. 대외 무역 중심의 발전은 이어나가되 내수 경제도 발전시키는 쌍순환 정책을 펴고 첨단산업의 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술 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을 돌파하기 위해 개발도상국 및 주변국들과의 협력과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및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동맹·파트너 국가들과의 군사 연대에 대해 우려하며 두 가지 방향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먼저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인 2027년까지 군사력을 빠르게 증대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솔로몬제도 등 남태평양 지역 섬나라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만해협 등에서의 미중 충돌에 대비해 호주와 뉴질랜드 등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거나 인근에 괌·하와이를 둔 미국의 힘을 분산시키려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가 불편한 러시아·이란·아프가니스탄·북한 등과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같은 의도를 지녔다.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북한 비핵화는 한미 동맹의 공고화로 실현해가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협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 비핵화에 중국의 협력과 역할을 많이 기대했지만 성과가 거의 없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지만 미중 전략 경쟁 구도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북한 김정은 체제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정권 붕괴나 커다란 혼란을 초래하는 과도한 압박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서는 한반도 긴장 고조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반대하는 것이다.

-대만 문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시 주석은 국내 정치적으로 미국과의 대등한 경쟁을 보여주기 위해 대만과 관련해 강력한 레토릭은 사용하겠지만 단기간 내에 미국과의 전면전을 각오할 정도로 대만해협에서 물리적 충돌을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친강 외교부장이 주미대사로 있을 때 중국이 공격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해 국제사회가 이에 대해 ‘전랑 외교’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은 기본적으로는 미국과의 원만한 관계 개선과 교류를 희망하지만 주권, 안보, 발전 이익 등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인다. 전랑 외교의 배경에는 이념적인 요인도 있다. 중국이 탈냉전 시기에 접어들면서 소수민족 등 내부 결집과 관련해 퇴조하는 공산주의 대신 애국·민족주의 교육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배경을 이해하고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외교·안보 정책을 어떻게 펴야 하는가.

△전략적 모호성을 보일 게 아니라 현안별로 각국과의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며 우리의 이익과 지분,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한중 간에 단기적인 갈등이 나타나더라도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우리의 입장을 중국에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제한적인 손상이 나타날 수 있도록 주요 갈등 요인들과 관련해 선제적으로 논의하는 대화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한중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He is…

1968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후 미국 코네티컷주립대에서 정치학 학사, 행정학 석사 과정을 거쳐 아메리칸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외교정책을 전공해 중국 칭화대에서 포스트닥터 과정을 밟았고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연구학자로 있었다.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을 거쳐 국립외교원 교수로 있다. ‘미중 사이 한국의 이원 외교’ ‘차이나 콤플렉스(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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