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차주 중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170만 명에 육박하고 이들의 총대출액은 약 67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자영업자 569만 7000명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금융 당국이 채무 조정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나이스평가정보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 가운데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려 ‘약한 고리’로 꼽히는 다중채무자는 169만 4000명, 총대출액은 668조 6000억 원(기업 및 가계대출)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대출 보유 다중채무자가 138만 2000명, 총대출액 561조 4000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각각 22.6%, 19.1% 증가한 것이다.
개인사업자대출이란 기업 여신의 일종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한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취급한다. 리서치센터는 신용정보원의 기업 신용공여 정보를 토대로 개인사업자대출 취급 현황을 파악했다. 그동안 개인사업자 중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30만~40만 명, 총대출액이 180조~200조 원 규모로 추산됐던 것에 비해 3배 이상 수치가 뛴 것은 개인사업자들이 기업대출 한도가 차면 가계대출까지 끌어다 사업에 쓰는 특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에 돈줄이 마른 자영업자가 카드론 등 개인신용으로 돈을 빌려 모자란 사업비를 충당하는 현실과 통계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나이스평가정보가 자영업자의 대출 동향을 점검한 결과 개인사업자대출을 1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차주 329만 2000명 가운데 개인사업자대출만 보유한 차주는 76만 8000여 명으로 23.3%에 불과했고 76.7%에 달하는 나머지 252만 4000명은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특히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모두 보유한 차주의 잠재부실률은 2.08%로 개인사업자대출만 보유한 차주의 잠재부실률 0.71%보다 세 배가량 높았다.
전문가들은 가파른 금리 인상의 충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를 위한 포용적 금융을 주문한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코로나19 시기 급격히 불어난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의 재기를 위해 중도 상환 수수료 면제, 이자 감면 등의 조치를 더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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