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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만에 10조 급증…ETF '90조 시대' 활짝

고금리에 채권형상품 선전 속

인플레 공포 줄며 투심 살아나

주식형 ETF가 자금 유입 주도

상반기 내 100조 돌파 전망도





올 들어 40일 만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 10조 원의 자금이 몰리며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90조 원을 돌파했다. 고금리 국면에서 채권형 ETF가 선전한 데 이어 연초 인플레이션 공포가 완화하면서 주식형 ETF에도 뭉칫돈이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ETF가 금융투자 상품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으면서 상반기 내에 100조 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15일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이 전일 기준 90조 28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ETF 순자산 규모가 78조 5116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약 한 달 반 만에 11조 5164억 원(14.6%)이 불어난 것이다. ETF 순자산 총액은 2021년 말 처음으로 70조 원을 넘어섰고 1년 만인 지난해 11월 24일 80조 원도 뚫었지만 연말까지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성장 속도가 한층 빨라지면서 지난달 5일 80조 원 고지를 재회복한 지 41일 만에 ETF 순자산이 90조 원으로 늘었다.

올 들어 ETF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주식형 ETF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달간 ETF 순자산 증가액의 절반가량이 주식형 ETF에 유입됐다.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오민석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본부장은 “금리 정점 인식이 투자심리에 녹아들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갈증이 다시 커졌다”며 “미국과 중국 테마형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잇따르며 주식형 ETF로의 자금 유입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ETF 시장을 든든하게 지지했던 채권형 ETF의 선전이 이어지는 점도 한몫한다. 지난해 채권형 ETF에는 9조 원 넘는 돈이 유입됐다. 2021년 유입액(1조 2929억 원)과 비교하면 7배가 넘는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채권금리도 상승(채권 가격 하락)한 데다 향후 채권 가격 상승까지 노리는 수요가 가세하며 채권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올해는 금리 하락 기대감에 발맞춰 기존 장기채 ETF보다 만기가 더 긴 채권을 담은 ‘초장기 채권 ETF’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ETF가 자본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자리 잡으면서 이르면 상반기 순자산 100조 원 시대를 열 것으로 내다본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연금 계좌를 활용한 ETF 투자 수요도 견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타깃데이트펀드(TDF)와 지수(인덱스)형 ETF로 자금이 유입될 경우 중장기 관점에서 주식시장 변동성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오 본부장은 “현재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상반기 내 100조 원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며 “퇴직연금 등 장기 자금의 유입이 이어지면서 건전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TF 시장의 몸집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운용사들의 주머니 사정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자산운용사 간 수수료 경쟁이 가열되면서 수익성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이날 채권 ETF 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연 0.05%에서 연 0.012%로 내리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달 열린 ‘올해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주식형 ETF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주식형 펀드의 보수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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