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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4류 한국정치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1995년 베이징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 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베이징 폭탄 발언은 국내에서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어떤 분야에서 가장 낮은 지위나 부류를 통상 ‘삼류(三流)’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한국 정치에 대해 한 단계 더 아래인 4류로 깎아내렸다.

이 전 회장의 발언 이후 삼성 등 주요 기업들은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 부문에서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했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877억 달러(지난해 기준)로 세계 5위에 올랐다. 자신들이 2류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평가와 함께 처절한 반성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삼성의 반성과 혁신은 폭탄 발언보다 2년 앞서 나온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출발점이었다. 이 전 회장은 1993년 6월 7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각국 법인장을 불러 모은 후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봐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여야 정치인은 ‘4류 한국 정치’ 발언을 괘씸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반성은커녕 발전을 위한 작은 시도도 없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28년 전 ‘4류 정치’를 다시 소환했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는 4류 정치의 원인으로 정치인들의 법률 위반과 내로남불 행태 등을 지적했다. 과거 4류 정치의 원인은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 등 이전투구를 벌이며 ‘동물국회’라는 지적을 받은 것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거대 야당이 입법 폭주를 하거나 여야 대치로 민생·경제 법안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정치의 실종이다. 이러니 일각에서는 “한국 정치가 5류로 추락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것이다. 우리 정치가 ‘일류’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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