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를 이르면 올해 봄 바다에 방류하기로 하면서 대체로 일반 가정용 수산물을 취급하는 대형마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 차원의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보니 ‘안전 홍보’ 같은 행동이 자칫 ‘국민 불안 선동’으로 오해를 살까 속만 끓이는 상황이 계속되는 탓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마트들은 2011년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일본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어종의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어종에 따라 한때 90% 넘게 일본산이 매장에서 유통된 적도 있지만, 원전 사고 이후 10여 년에 걸쳐 대체 산지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과는 별개로 일본이 예정대로 올봄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면 ‘일본 해역에서 잡힌 수산물’뿐만 아니라 수산물 자체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2011년 사고 직후는 물론 2013년 원전 오염수가 일부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염수의 영향을 직접 받는 수산물은 물론, 관련 가공식품까지 매출이 급감했다.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3.4%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마트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올해 들어 안전성 부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원산지 이력 추적, 안전성 검사 등은 이미 오랜 시간 진행해 왔지만, 올해는 이를 한층 정밀하게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한 마트의 경우 매입한 모든 수산물을 대상으로 무작위 샘플 조사를 벌여 방사능 수치 등을 또 한 번 정밀 분석하는 자체 검수 시스템을 최근 가동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마트도 자사 연구소에서 분기별로 진행해 온 주요 포구 수산물 검사를 일별로 확대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는 한편, 현재 물류센터에 있는 간이 검사기를 어가(漁家), 파트너사, 그리고 점포에 이르는 전 생산 과정에 적용해 2~3중의 검증 단계를 거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 같은 노력을 당장 고객에게 알리며 불안 해소에 나설 수는 없다는 데 있다. 한 마트 관계자는 “방류가 코앞인데 정부 차원에서 나온 이렇다 할 대응 방향이 없다”며 “판매 수산물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것이 자칫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튀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데다 수산업계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2011년을 돌이켜보면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도 수산물 수요가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에도 ‘뭘 해도 안 되는(팔리는)’ 시기가 불가피해 보여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연구자들은 이날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한국방재학회 학술발표대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출된 삼중수소(방사성 물질)는 10년 후 북태평양 전체로 확산한다. 국내에는 방출 2년 후 0.0001㏃/㎥ 농도로 일시적으로 유입됐다가 4∼5년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는데 이 해수의 10년 후 농도는 약 0.001㏃/㎥ 내외로 수렴할 것으로 봤다. 0.001㏃/㎥는 현재 국내 해역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 172㏃/㎥의 10만 분의 1 수준으로 현재 분석기기로는 검출되기 힘든 정도의 농도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다만 연구진은 삼중수소가 우리나라 관할 해역에 유입됐을 때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연구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김경옥 해양과기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실시계획 자료만으로 시뮬레이션 체계를 구축한 것"이라며 "실제로 생태계나 수산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한 판단은 추후 연구를 통해 밝힐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정밀한 연구를 위해 해수가 어떻게 순환할 것인지 예측하는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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