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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에서 SM 빼버린 행동주의…정말 주가 올리나요? [코주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 연합뉴스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단연 ‘행동주의 펀드’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주주 활동을 펼치면서 이들이 저격(?)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 활동이 높은 수익률로 연결되자 증권가에서는 행동주의를 유의미한 투자전략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라떼는 말이죠...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사냥꾼’, ‘먹튀’ 등의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나쁜 녀석들의 이미지가 강했는데요. 대체 과거의 행동주의 펀드와 어떻게 다르기에 소액주주들의 변호인으로 급부상한 건지, 정말 이들이 개입하면 주가가 오르는 건지 오늘의 <코주부>에서 알아보겠습니다.



행동주의가 뭔지 몰라도 강성부, 얼라인, 엘리엇 등의 펀드명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단 행동주의는 주주로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주가를 높이는) 투자 전략을 말합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이런 행동주의 투자 전략을 집중적으로 구사하는 펀드를 말하는데요.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해당 기업의 지분을 늘려 의결권을 확보한 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M&A) 등의 주주제안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방식입니다.

행동주의라 쓰고 기업 사냥이라 읽는다




행동주의 펀드의 첫 기업 공격(?)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는 SK 지분 6.66%를 취득한 뒤 적대적 M&A 위협을 가하며 경영진 교체와 사외이사제 도입 등을 요구했습니다. SK텔레콤은 배당금 확대 등 일부 요구를 수용했지만 타이거펀드는 이듬해 보유 지분 전량을 SK계열사에 매각, 6300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챙겼습니다. 2003년 영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도 SK 주식 14.49%를 확보하고 최태원 회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경영진을 압박했습니다. 당시 SK는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1조 원 가량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 사이 소버린은요? 주가가 오르자 주식 전량을 매각해 9000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이후 2004년 삼성물산(헤르메스), 2005년 KT&G(칼 아이칸), 2015년 삼성물산·2016년 삼성전자·2018년 현대차(엘리엇) 등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이 반복되면서 ‘행동주의 펀드=기업 사냥꾼’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지게 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선 주주 행동주의가 익숙하지 않았던 데다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장기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닌, 주가가 오르자마자 팔고 떠나는 ‘먹튀’ 행태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닌데? "난 그대(소액주주)의 변호인"




이쯤 되면 ‘요즘 행동주의 펀드는 그렇지 않던데?’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일단 과거 행동주의 펀드와 가장 큰 차이점은 외국계가 아닌 토종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리는 기업의 대상도 큰 차이입니다. 무조건 대기업에 딴지(?)를 걸고 봤던 외국계 헤지펀드와 달리 토종 펀드들은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문제적 기업에 접근하죠.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뒤 한진그룹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을 촉구했던 KCGL(강성부 펀드)입니다. 강성부 펀드는 ‘땅콩 회항’ 등으로 유명한 오너 일가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등에 업고 이름을 날렸습니다.

최근에는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의 해묵은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며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얼라인은 지난해부터 SM이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이 설립한 연예기획사 ‘라이크 기획’과 불공정 계약을 맺어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면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요구해왔습니다. 처음엔 SM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했지만 꾸준한 주주 행동으로 결국 이 총괄의 퇴진과 지배구조 변화를 이끌어 냈죠. 이처럼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명분은 기업 가치 훼손입니다. 경영진의 잘못으로 주주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논리죠.

그래서 정말 주가가 오르나요? "네니오"


그래서 우리의 관심사는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하면 정말 주가가 오르느냐는 것이죠. 일단 그렇긴 합니다. KCGI의 경영권 개입 선언 이후 한진칼 주가는 2020년 한 해 동안 3만9950원에서 6만3100원으로 58%나 뛰었습니다. 얼라인의 타깃이 된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50% 올랐고 J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DGB금융지주, KB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도 올해 들어 10~20%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또 KCGI가 후진적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지분 매입에 나선 오스템임플란트도 올해 주가가 30% 이상 상승했습니다.

반면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주주행동을 벌인 KT&G의 주가는 올해 들어 4% 정도 하락했습니다. 지난달 27일 KT&G가 KCG인삼공사 분리 상장, 사외이사 확충 요구 등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는 소식에 주가가 2.49% 하락했고, 이후에도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죠.

펀드의 목표는 수익... 치고 빠지면 그때는?




분명히 적지 않은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물론 아닌 곳도 있죠.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주가가 내재가치 변화에 따라 움직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즉 행동주의라는 재료의 약발이 다할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행동주의 전략으로 오른 주식의 경우 추격 투자에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또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는 행동주의가 아니라 주가 상승으로 인한 시세 차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배구조 개선의 화두를 던지고 실제 지배구조 변화에도 깊숙이 개입할 수 있지만, 그 재료로 얻은 수익률에 만족해 접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KCGI가 공개매수 참여를 공식화하며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경쟁에서 물러난 것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퇴진 압박을 가해온 최 회장의 우군 격인 MBK-UCK 컨소시업의 공개매수에 참여했죠. 행동주의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에도 KCGI는 본인 펀드의 투자자들 수익률은 극대화됐다고 자평합니다. KCGI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에 투자하는 자사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약 139%로 집계됐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죠.

또 행동주의가 핫한 투자 전략이 되면서 과도한 배당 요구로 오히려 기업들의 미래 가치를 훼손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단기적으로 배당을 아무리 해도 결국 기업은 실적 감소와 투자 부실로 성장성을 잃어 장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상당수 국내 제조기업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유보 현금을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인수합병(M&A) 등에 쓰는 게 회사와 주주를 위해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 경영에 참여해보지 않은 펀드가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할 경우 경영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소모적인 알력 다툼이 빈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죠. 과연 어떤 전략이 내 주식에 도움이 될 지 잘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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