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대체불가토큰(NFT) 사업 진출을 계획했던 JYP엔터는 조인트벤처 파트너였던 두나무로부터 돌연 ‘배신’을 당한다. 두나무는 앞서 JYP의 박진영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했던 JYP엔터 구주 88만 7450주(지분율 2.5%)를 366억 원에 블록딜로 인수하며 강력한 파트너라는 신호를 알렸지만 양측의 ‘밀월 관계’는 채 1년이 가지 못하고 끝이 났다. 그리고 두나무가 NFT 사업을 위해 손을 잡은 곳은 바로 하이브다. 양사는 지난해 1월 미국에 NFT 합작법인 레벨스를 설립했다.
두나무가 주요 주주인 카카오와 거리 두기에 나선 것도 이 무렵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시도 소식이 공공연했다. 엔터 업계 관계자는 “그 당시 카카오가 SM엔터를 품을 경우 두나무와의 ‘관계’를 활용해서 하이브의 NFT 사업 계획이나 아티스트 정보가 SM 측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전했다.
SM엔터의 경영권 분쟁이 연일 점입가경을 치닫고 있는 시기에 JYP엔터가 벤처캐피털(VC)까지 설립하며 투자 확대에 나서는 행보가 주목되는 것은 이처럼 엔터 업계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이 치열하고 협력과 견제를 위한 상호 간의 투자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JYP는 SM엔터의 주요 계열사 디어유(팬 플랫폼)의 지분 18.9%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SM엔터의 온라인 콘서트 플랫폼 ‘비욘드 라이브’에도 지분 13%를 투자했다. 엔터 업계 내에서 JYP와 SM엔터 간의 협력 관계가 유독 공고했다는 얘기다.
결국 JYP는 VC 설립을 통해 엔터 산업의 생태계 안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탄탄한 지배구조와 함께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해야 또 한번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NFT 사업 무산에서도 큰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JYP의 시도가 시장에서 반응을 얻는다면 기업가치 역시 크게 뛸 수 있다. 이미 2015년 4000원을 밑돌던 JYP의 주가는 17일 7만 1800원을 기록 중이다. 시가총액은 2조 5000억 원이다. JYP가 탄탄한 지배구조와 양호한 자금 흐름을 평가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JYP의 외국인 지분율은 17일 기준 39.34%로 하이브의 14.5%, SM엔터의 16.5%, YG엔터의 8.0%를 압도한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낭보도 잇달아 들려오고 있다. 대표 걸그룹인 트와이스는 ‘마의 7년’을 넘기고 전원 재계약에 성공했다. 미국 진출도 확대 중으로 1월 발표한 영어 싱글 ‘문라이트 선라이즈’가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100’ 84위에 올랐다. 핫100 진입은 이번이 두 번째로 K팝 그룹 중 두 곡 이상 핫100에 이름을 올린 것은 트와이스를 포함 네 팀뿐이다.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의 성장세는 방탄소년단(BTS)보다 빠르다. 스트레이키즈는 지난해 빌보드의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200’의 1위에 앨범 두 개를 올려놓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외에도 있지·니쥬·엔믹스 등 보유 지식재산(IP) 모두가 글로벌에서 흥행 중이다. 올해는 4개의 신인 그룹을 한국뿐 아니라 중국·미국·일본에서도 데뷔시킨다.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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