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국 경제와 뉴욕 증시의 주요 이벤트는 24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1월 개인소비지출(PCE)입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물가 지표인데요, 물가 상승폭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어 증시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소매판매 등 지난주 발표된 경제 지표 이후 나스닥과 다른 금융 자산 시장이 분리되고 있는 상황이 PCE 발표 이후에는 해소될 것인지가 주목할 부분입니다.
이밖에 이번 주에는 연준의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와 월마트 등 주요 소매업체의 실적 발표, 11명의 연준 관계자 발언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소비도 인플레이션도 예상 밖 강세…채권시장 ‘물컵 반이나 비었네’ vs 나스닥 ‘반이나 차있네’
지난 주 경제 지표가 드러내는 메시지는 2가지 였습니다.
‘경제는 생각했던 것 보다 더욱 강하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조용히 사라지지 않는다’ 입니다.
튼튼한 경제 상황을 알수 있는 지난주 지표는 1월 소매판매가 대표적이이었습니다. 15일(현지시간) 발표된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9% 가량 늘 것이라 봤던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어 3% 상승했습니다. 2021년 3월 이후 볼 수 없던 수준의 월간 상승폭이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월에 전월 대비 0.5% 상승했으니 가격이 올라 판매액이 늘어난 것을 제외하더라도 2.5%의 판매 증가가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쇼핑성수기인 지난해 11월, 12월에도 감소하던 소매판매가 1월 들어 급증했습니다. 웰스파고는 메모에서 “지난 연말 소비가 벽에 부딪혔다는 일부 우려를 진정시켰다”며 “강력한 노동시장이 저축이 아닌 지출을 촉진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최근 몇 주 동안 가장 중요한 경제적 진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미국경제의 3분의 2를 떠받치는 소비가 1월들어 높아지다 보니 1분기 미국 경제 성장 전망도 높아집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전망은 소매판매 직전 2.1%에서 현재 2.5%로 높아졌습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1.8%)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성장입니다.
동시에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는 생각보다 느렸습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6.2% 상승할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6.4%로 12월(6.5%)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0.1%에서 0.5%로 오히려 상승폭이 커졌지요. 여기에 1월 생산가물가지수(PPI)도 전월대비 0.7%올라 예상치(0.4%)를 초과했습니다. 전년 대비로도 6.0% 상승해 전망치(5.4%)를 상회했습니다. 전월 (6.2%)보다 둔화하긴 했지만 크게 상황이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이에 10월 이후 본격화하던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근원 CPI의 3개월 평균은 전월 3.1%였지만 이제 4.6%”라며 “근원물에 주거비와 중고차까지 제외한 3개월 평균 인플레이션은 같은 기간 1.8%에서 3.7%로 높아졌다”고 했습니다.
사실 앞서 말씀드린 1분기 GDP 성장 전망이 2.5%라는 사실부터 물가가 오를 환경이라는 의미입니다. 잠재성장률이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 수준을 의미한다고 보면, 이미 1분기는 미국 경제 체력에 비해 더욱 성장을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에 뒤따르는 것은 물가 상승일 것입니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는 호조라는 사실은 결국 연준의 긴축이 경제에 잘 먹히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돌려말하면 연준이 지금보다 금리를 높게, 더 오래 유지해야하는 상황이라는 뜻을 텐데요, 실제 월가의 투자기관들은 지난주 들어 속속 금리 전망을 상향조정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시티가 기준금리 정점 전망을 기존 5.0~5.25%에서 5.25%~5.5%로 올렸습니다.
시장 가격에도 높아진 금리 인상 전망이 녹아 들고 있습니다. 먼저 선물시장은 이제 기준금리를 5.5%까지 올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말금리도 5.25%로 보고 있고요. 이는 최종금리 5.25%, 연말금리 5.25%로 제시했던 연준의 12월 전망보다 선물시장이 더 매파적인 통화정책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채권 시장도 이를 반영했지요. 정책 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미국 2년물 수익률은 현재 4.617%로 지난해 정점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그 이전으로 가면 2007년 수준이지요. 현재 국채 수익률 정점에 있는 6개월 물 금리는 5%를 돌파했습니다. 2007년 이후 처음인데요, 3분기 금리 정점 유지 전망에 미국 부채 상한선 도달이 예상되는 시기로 위험 프리미엄도 함께 반영돼 있습니다. 지난주 말씀드린 채권 시장에 녹아있는 인플레이션 전망(break-even rate)의 경우 1년 뒤를 기준으로 1월 1.6%대에서 지난주 2.5%, 현재는 3.1% 까지 높아져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빠르게 곧장 2% 목표 수준까지 내려가지 않는다는 연준의 경고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선물·채권 시장이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는 강도와 주식시장이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나스닥의 흐름이 다른 지수나 자산군과는 달랐습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주간 -0.1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주간 -0.28% 내렸지만 나스닥은 주간 기준으로 0.59% 상승 마감했습니다. 통상 기준 금리가 오른다면 가치주보다는 성장주의 타격이 더 큽니다. 미래 수익에 대한 할인율이 커저 현재 적정 주가가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선물시장, 채권시장, 다우존스 등에 파고 들었지만 나스닥은 오히려 거꾸로 상승하는 모습이었습니다.
2월 PCE 인플레이션 재상승 가능성…나스닥의 ‘골디락스’ 기대 꺾일까
월가는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보다 경제 회복 쪽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LPL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시장의 메시지는 경제 성장이 계속된다면 기술주가 더 높은 금리 환경에서도 시장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퀀트인사이트라는 업체의 분석이 눈길을 끄는데요, 회사의 분석책임자인 휴 로버츠는 “실질금리 상승은 지난해 기술주에 엄청난 역풍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주가에 미치는 민감도가 ‘제로’로 떨어졌다"며 “나스닥을 채권수익률로만 보는 것은 오래된 대본을 읽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금리 전망으로만 나스닥을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경제성장 데이터, 채권신용스프레드 같은 지표와 상관관계가 커지고 있다”며 “나스닥을 움직이는 것은 이제 실제 경제”라고 해석했습니다. 어쨋든 인플레이션이 느리지만 줄어들고, 동시에 소비가 튼튼해 GDP가 성장한다면 기업에 있어 골디락스일 수 있다는 겁니다. 노랜딩 시나리오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분석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증시를 누르는 힘은 커진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연준의 통화 긴축 가능성도 커지면 실물 경제도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EY페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의 성장은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경기 순환의 일부인데, 노랜딩은 경제가 계속해서 상승한다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노랜딩이라면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고, 경착륙 확률이 더 커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노랜딩 시나리오를 월가에 유행시킨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도 처음부터 노랜딩은 곧 증시의 불확실성을 의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경제 둔화 압력은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집계하는 금융여건지수는 2월 초 99.49까지 떨어졌다가 계속 올라 현재 99.87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이 긴축되면 실물경제의 투자 여건도 위축됩니다.
특히 이번주 발표될 1월 PCE가 변곡점이 될 전망입니다. 현재 시장 전망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5.0%로 12월과 동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디스인플레이션이 1월 PCE 상에서는 사라진다는 전망이지요. 전월대비로도 12월 0.1% 상승에서 0.5% 상승으로 오름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그나마 근원PCE가 전년대비 4.3%올라 전월(4.4%)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은 다행입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PCE보고서는 인플레이션 재상승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봤습니다.
더 봐야할 점은 PCE에서 함께 나오는 개인 소득과 소비입니다. 현재 각각 전월 대비 1.1%, 1.3% 늘어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습니다. 고용시장의 증가가 소득 증가로, 소득 증가가 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개인소득의 경우 전망치 대로 늘면 2년 반만에 가장 큰 성장 폭입니다. 이에 과연 시장이 높아지는 물가 압력에 반응해 상승 기세가 꺾일지, 여전히 강건한 소득과 소비에 반응해 낙관론의 불씨가 이어질 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CNBC를 비롯한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PCE 지표가 이번 주 시장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PCE와 함께 나오는 이번 주의 또 다른 주요 이벤트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입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과연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요, 이후 인플레이션 등 달라진 시장의 전망으로 인해 금리 인상 중단 기대는 이미 꺾인 듯 합니다. 다만 회의록에서 해당 주제에 대한 토론 여부와 함께 논의가 이뤄졌다면 금리 인상 중단을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힌트가 나올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가 지난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을 지지했다는 점을 공개함으로써 이번 0.25%포인트 인상 결정이 만장일치가 아니었다는 점은 이미 드러났습니다.
그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전망한 이번 회의록의 요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이사 등 발언…월마트 등 실적발표
이번 주에는 4분기 어닝시즌이 사실상 마무리 됩니다. 소매 판매인 월마트와 홈디포, 타겟, 베스트바이, 메이시스, 갭 등이 주요 발표 기업입니다. 지난 실적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실적에 대한 가이던스도 월가가 주목하는 부분입니다.
지난주 59개 기업을 비롯해 지금 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기업 전체 평균 68%의 기업이 예상 실적을 넘겼는데요, 이는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습니다. 12개 분기 평균 80%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와 함께 21일 발표될 기존 주택 판매는 410만건으로 전월 대비 2.0% 상승할 전망입니다. 모기지 금리가 지난해 10월 7.16%에서 현재 6.39%로 내려오면서 주택시장 상황도 바닥을 쳤다는 분위기입니다. 24일 신규 주택 매매로 전월 61만6000건에서 62만건으로 소폭 늘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준 인사 중에는 11명의 지역 연은 총재와 연준 이사들이 외부 발언에 나섭니다. 이 가운데 투표권을 가진 관계자는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와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 등 총 5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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