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코 앞이다. 이제 곧 만물이 소생하고 기운이 솟아나는 봄이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시니어들에게는 또다시 봄이 오는 것이 마냥 기쁘고 즐거운 일만은 아닐 수 있다. 인생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봄이 또 하나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있다. 봄이 와도 봄처럼 느끼지 못한다는 뜻으로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어 좋은 일도 즐겁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봄이 오는 것이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시니어들의 안타까운 봄맞이 심정이 딱 ‘춘래불사춘’이다.
가는 세월을 어찌할 수 없고, 무심히 오는 봄 또한 막을 수도 없다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야만 할까? 아니다.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한다. 더 나아가서 지나간 봄들마저 다시 불러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문자 그대로 ‘회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고 무슨 불로초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성형외과 ‘의느님’이나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패션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패션을 조금만 신경 쓴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회춘’ 할 수 있다. 진짜다.
지금부터 시니어들이 패션으로 회춘할 수 있는 방법 7가지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먼저 패션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패션으로 젊어지고 싶으면 마음부터 젊게 가져야 한다. 마음은 감출 수 없다. 마음속은 이미 다 늙어빠진 꼰대인데, 겉만 젊고 활기찬 기운이 느껴질 수는 절대 없다. 마음과 생각을 젊게 가져야 표정에서 나타나고 자연스레 젊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젊어지는 패션에 도전하고 싶으면 일단 마음부터 젊게 가져라. 회춘의 시작은 불로초나 영양제, 비타민이 아니라 젊은 마음가짐이다.
둘째, 젊은 마음을 가졌다면, 이제부턴 그 마음이 이끄는 대로 젊은이들의 패션에 관심을 가져라. 길을 걸을 때도 무슨 죄나 지은 것처럼 어깨 움츠리고 땅만 보고 걷지 말고, 보무도 당당히 거리의 젊은이들을 마주하라. 길을 활보하는 위풍당당 젊은이들의 걸음걸이와 그들의 패션을 눈여겨보라. 바로 거기에 해답이 있다. 그들이 현재와 미래의 주인공들이고 그 들이 즐겨 하는 패션이 바로 지금 유행하는 패션이다. 탑골공원이나 등산로가 아니라 가로수길이나 홍대를 누비고 있는 젊은이들의 패션이 바로 유행의 현주소다. 혹은 서점에 가서 조금만 둘러봐도 요즘 패션 트렌드를 알 수 있는 화보집 같은 것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인터넷만 뒤져봐도 패션 트렌드 관련 정보는 차고도 넘친다. 옛말에 알아야 면장질도 잘한다고 했다. 관심을 갖고 공부해서 트렌드를 알아야 비로소 패셔너블해 질 수 있다.
셋째, 요즘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알았다면 눈으로 보기만 하지 말고, 흉내 내고 따라 하고 시도해보라.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사극이나 다큐멘터리만 보지 말고 현대물이나 미드를 보라. 그리고 그 속에서도 플롯이나 스토리 전개에만 신경 쓰지 말고 거기 나오는 멋진 젊은 주?조연들의 패션에도 관심을 가져보라.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드라마 줄거리뿐이 아니다. 패션의 흐름도 놓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시인이나 분리 수거된 쓰레기 취급받기 십상이다.
넷째, 트렌드를 알고 시도해 보겠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지갑을 열고 패션에 투자하라.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도대체 어디 가서 어떤 브랜드의 옷을 사야 할지 모르겠으면, 일단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브랜드의 옷을 사라. 언뜻 보기엔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도, 젊은이들이 찾는 브랜드의 옷과 아재들이 애용하는 브랜드의 옷은 확실히 다르다. 특히 옷의 패턴이 달라 입었을 때 실루엣 역시 다르다. 물론 가격도 비교적 합리적이다. 그야말로 가성비 갑이다.
다섯째, 용감해져야 한다. 남을 너무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갑자기 변하거나 너무 튀면 주위에 창피해서 어떻게 하지(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라고 걱정하지 마라.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는 대신 차라리 주위의 시샘하는 시선을 즐겨보라. 나이 들어 남의 시선을 즐긴다는 것, 필자도 해 봐서 아는데 꿀맛이다.
여섯째, 유행은 따르되, 기본인 클래식은 잊지 마라. 너무 유행만 좇으려 하지는 말라는 뜻이다. 따라 하고 모방한다고 완전히 똑같을 필요는 없다. 역시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만의 패션 스웨그(?)가 있다. 일례로 요즘 와이드핏과 루즈핏, 오버핏이 유행이다. 필자가 누구인가, 벌써 여러 차례 시도해 봤다. 그런데 오버핏은 어느 정도 소화가 되나, 아무래도 와이드핏 바지는 정말 소화하기 힘들었다. 마침 협찬 제의도 있고 해서 입어본 와이드핏 블랙진은 인스타용 사진만 찍고 결국 젊은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처럼 아무리 유행이라도, 아무리 젊은이들을 따라 하고 싶어도 도저히 그들만의 느낌을 따라갈 수 없는 아이템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트렌드는 따라가되, 기본인 클래식은 잊지 말아야 한다. 클래식은 영원하다. 클래식이 빛날 수 있는 이유는 새로운 트렌드가 함께 해서다.
일곱 번째, 시니어가 꺼리는 패션 아이템들과도 친해져라. 예를 들면 팔찌라든가 비니, 브라운 슈즈, 스니커즈, 페이크 삭스, 청바지, 치노팬츠, 크롭기장의 바지 등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필자가 이야기한 일곱 가지 회춘비법(?) 만 잘 따라 하고 실천한다면 시니어 독자들 누구나 지금보다 최소한 10년은 젊어질 수 있다. 아침에 길 나서기 전 거울 속에서 10년 전의 자신과 다시 만날 수 있다. 나이 들었다고 그냥 패포자(패션을 포기한 자)로 살지 말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꼭 한번 해보길 권한다.
올봄엔 거리 곳곳에서 10년은 젊어진 ‘패피 시니어들’의 활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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