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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64조 시장"…'비만약' 골드러시 나선 제약사들

빅파마 시장선점 골드러시

블록버스터 신약 무게 중심

항암·면역서 비만치료제로

한미·유한·LG화학도 가세

국내 제약업계도 임상 나서

시장 급성장…R&D 더 늘려야

일라이 릴리의 당뇨병·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무게 중심이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서 비만 치료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0년 500억 달러(약 64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치열한 비만치료제 경쟁을 ‘골드 러시’에 비유할 정도다.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도 한미약품(128940)·유한양행(000100)·LG화학(051910) 등이 비만치료제 임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장 성장성을 고려할 때 더 많은 업체들이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2022년 매출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1~2위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와 MDS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다. 휴미라는 212억 3700 달러(약 27조 2000억 원) 어치가 판매됐다. 키트루다는 209억 달러(약26조 8000억 원) 매출을 기록하며 바로 뒤를 이었다.

현재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주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항암제다. 2021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10개 가운데 항암제가 4종, 자가면역질환 치료제가 2종이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2종을 제외할 경우 판매 상위 8개 제품 가운데 6개가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의약품 시장은 비만약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돌풍의 중심에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제2형 당뇨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비만 치료제로도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된 3상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에 15㎎ 투여받은 환자의 72주차 체중 감소율은 무려 22.5%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의약계에서는 마운자로가 비만 분야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보고서에서 “마운자로는 단기에 세계 1위 의약품에 등극하는 것은 물론 2032년에는 세계 최초로 연 매출 1000억 달러를 기록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운자로는 음식을 먹고 혈당이 높아지면 분비되는 ‘GLP-1'와 ‘GIP’라는 호르몬 수용체를 활성화시킨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병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낮추고 칼로리 소비를 촉진시켜 살도 빼준다. 일주일에 한 번 맞는 피하주사제 형태다.

GLP-1에만 작용하는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와 ‘위고비’도 판매 전망이 밝다. 노보 노디스크는 두 제품 매출 합계가 2025년 37억 2000만 달러(약 4조 8000억 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삭센다는 매일 스스로 피하 주사하고 체중감소율이 5~10%인 반면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되고 체중감소율도 15~20%로 높다. 현간 1만 6000달러(약 2000만 원)의 고비용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두 제품 중 국내에서는 삭센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상태인데 한 달에 70만 원 넘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이 처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만 치료제 시장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 영국 칼럼리스트인 에이미 도넬런은 최근 로이터 통신에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빅파마들이 비만 관련 신약을 연구하는 한편 관련 기술을 가진 회사들을 인수하고 있다”며 이들의 경쟁을 ‘골드 러시’에 비유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GLP-1, GIP 외에 글루카곤에도 작용하는 비만약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자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YH34160’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먹는 약 형태의 비만치료제 미국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각종 합병증을 부르는 비만이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라면서 "비만 치료제의 시장성이 매우 우수한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적극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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