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금리를 더 올리기보다는 그동안의 금리 인상 효과를 살펴볼 것이란 분석인데요.
다만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1년 반 동안 이어져 온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장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최종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달 금통위는 금리 인상·동결 여부만큼이나 금통위원들의 소수의견, 이창용 총재의 발언 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 금통위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9가지 질문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① 한미 금리 역전 폭 200bp 견딜 수 있나?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등장한 가장 큰 변수는 미 연준의 최종금리 변화입니다. 이달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의 물가·고용 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자 연준의 긴축 정도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월가의 대다수 분석기관은 연준이 3월과 5월에 각각 25bp(1bp는 0.01%포인트)씩 금리를 올려 최종금리가 5.0~5.25%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은 6월 25bp 추가 인상을 통해 5.25~5.50%까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3월 0.50%포인트 인상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분석기관들 사이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을 더욱 확대하거나 인상 기간을 연장하는 전망이 더 많아질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한은 금통위는 3.50%와 3.75% 사이에서 최종금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 금통위서 금리를 동결해 최종금리를 3.50%로 유지한다면 미 연준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200bp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과거 세 번의 금리 역전 기에서 한미 금리가 최대로 벌어졌던 것은 1999년 6월~2001년 3월 당시 150bp입니다.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를 걱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외국인 자금 이탈 때문인데요. 금리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한미 금리 역전 폭이 200bp까지 유례 없는 수준으로 벌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1월 외국인 채권자금은 역대 최대인 52억 9000만 달러 빠져나갔습니다.
다만 미 연준이 앞으로 75bp를 더 올릴지 확실하지 않은 현시점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도 부담입니다. 3월 FOMC 결과 등을 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4월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② 금리를 더 올리지 않아도 물가 상승세는 꺾일까?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까지 5%대를 기록하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국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로 반등하면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 3.6%를 다시 조정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하나 더 주목할 점은 같은 물가 수치를 놓고도 금통위 내부에서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에 대한 해석이 금통위원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해 10월 4.2%, 11월 4.3%, 12월 4.1%에서 올해 1월 4.1%를 기록했습니다.
1월 금통위 당시 금리 인상 의견을 낸 한 금통위원은 “수요 측 물가압력을 주로 반영하는 근원품목 확산지수는 계속 오르고 있다”라며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필요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금리 동결 의견을 낸 금통위원은 “근원물가의 상승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금리를 올려 수요를 꺾어야 물가가 안정된다는 주장과 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를 꺾지 않더라도 물가는 점차 안정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맞부딪힌 셈입니다. 한은은 21일 국회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지난해부터 근원물가 오름세가 다소 둔화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어떤 금통위원의 말이 맞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③ 나 홀로 경기 부진 얼마나 심각할까?
한은은 1월 금통위 당시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1월 전망한 1.7%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실상 이달 금통위서 성장률 전망치를 1.7%보다 낮춰 잡을 것을 한 달 전부터 예고한 셈입니다. 한은을 제외한 주요 기관을 살펴보면 정부 1.6%, 국제통화기금(IMF) 1.7%, 한국개발연구원(KDI) 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등이 제시된 상태입니다.
다만 1월 금통위 직후 상황이 급변하면서 한은이 성장률을 낮추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나선 데다 경착륙(하드랜딩)과 연착륙(소프트랜딩) 사이에 있는 줄 알았던 미국이 무착륙(노랜딩)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급격히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완화하고 인플레이션 둔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경기 반등 가능성이 제기되며 경기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반등이 우리나라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겁니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부진이 심각합니다. 한은은 국회 제출 자료를 통해 “단기적으로 경기 부진이 심화됐다”고 평가했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회복될 것으로 봤습니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된다면 ‘단기적 경기 부진 심화’가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④ 금리 동결하면 환율 리스크 재현될까?
1월 금통위 전후로 안정된 것으로 보였던 환율이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미국의 긴축 우려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달 2일 1220.3원에서 17일 장중 1303.8원으로 보름 만에 80원 급등했는데요.
이달 2일부터 16일까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2.4% 올랐는데 원화는 5.8%나 절하돼 러시아 루블화(-5.5%) 수준의 약세를 보이는 상황입니다. 원화가 유독 약세인 이유는 지난해 4분기 이후 과도한 낙폭을 보인 데다 무역수지가 11개월 연속 적자를 낸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시장에선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면 미 연준과의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우려에 외환시장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결과가 1300원 수준을 목전에 둔 원·달러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라며 “동결 결과가 한미 간 정책 금리 역전 리스크를 재차 자극할 지에 따라 1300원 안착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⑤ 3.50%로 더 길게 가나, 3.75%로 굵고 짧게 가나
한은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확산을 억제하고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긴축적인 수준까지 인상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기준금리 3.50%가 중립금리보다 높은 긴축적 수준이라는 의미인데요. 1월 금리 동결을 주장했던 금통위원들은 3.25%도 상당히 긴축적이라고 평가합니다.
이미 긴축 영역으로 진입한 상황이라면 3.50%와 3.75% 중 어떤 금리를 선택하느냐는 사실상 금리 인하 타이밍과 연관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3.50%로 동결한다면 3.75%로 올리는 대신 더 오래가겠지만 반대로 3.75%로 올린다면 긴축 강도가 강해지는 만큼 최종금리 유지 기간이 짧아질 수 있습니다. 3.75%로 인상한다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는 셈입니다.
둘 중 어떤 선택이 우리 경제에 맞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경기를 꺾더라도 물가부터 안정시키자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경기 부진을 더 크게 우려하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간 격론이 오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⑥ 금리 동결하고도 매파로 보일 수 있을까?
시장은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을 예상하면서도 이창용 총재가 매파적 신호를 내면서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리는 동결했지만 인상 종결을 선언하지 않고 언제든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둘 것이란 분석입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동결 결정과 별개로 기자간담회는 매파적일 전망”이라며 “미국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매파적 발언이 시장의 추가 변동성을 높이지 않을 수 있고 유동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과 기대인플레이션 수준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언급을 통해 긴축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같은 맥락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인상 소수의견이 몇 명 나올지도 주목해야 합니다. 만약 금통위가 소수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한다면 총재가 아무리 매파적으로 발언해도 전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소수의견 1~2명 정도를 예상하지만, 소수의견 3명이 나올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금통위원 7명 중 소수의견 3명이 나왔다는 것은 3대 3 상황에서 이창용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는 의미입니다.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맡은 1998년 이후 캐스팅 보트가 행사된 것은 세 번뿐입니다.
⑦ 공공요금 속도 조절,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까?
한은은 국제유가 하락에도 1월 소비자물가가 전월보다 오름폭이 확대된 것은 전기료 인상 영향이 큰 것으로 봤습니다. 주택용 전기료가 올해 1월부터 1kWh당 13.1원 오르면서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인데요. 공공요금 인상으로 2월 기대인플레이션이 두 달 연속 오르면서 3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서는 등 물가 불안을 자극할 조짐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상반기 중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을 최대한 동결하기로 하면서 변수가 생겼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전기·가스나 대중교통비 등 각종 공공요금을 억누른 결과 비용상승압력이 뒤늦게 반영되면서 다른 나라보다 물가 둔화 속도가 더디게 나타났는데 이같은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국회 제출 자료에서 “공공요금은 향후 인상폭 및 시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인상 시 직접적인 물가 상승 효과 이외의 여타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대한 2차 파급효과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창용 총재도 21일 국회에 출석해 “공공요금이 올라 물가 상승률 둔화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 경제 전체로 보면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에너지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경상수지 적자로 환율에 악영향을 주고 결국 물가도 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전 적자가 커지면 한전채 발행도 늘어 시장금리를 높일 수도 있는 만큼 전기·수도·가스요금 등을 적정 수준으로 올려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⑧ 中 리오프닝, 日 총재 교체 등 대외 변수 영향은?
중국 리오프닝이나 일본중앙은행(BOJ) 총재 교체 등 대외 변수가 국내 경기·물가에 미칠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당장 중국 리오프닝은 우리 물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중국 리오프닝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올해 초 배럴당 70달러까지 내렸다가 최근 80달러를 넘는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 국내 경제엔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과거보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결국 물가만 자극하고 경기엔 별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BOJ 신임 총재로 임명된 우에다 가즈오 전 도쿄대 교수가 그동안 일본이 추진해왔던 초완화정책에 변화를 줄 것인지도 살펴봐야 할 요인입니다. 일본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추진한다면 엔화 강세 압력이 나타나면서 달러화 약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원화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우에다 후보의 첫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청문회가 24일로 예정된 만큼 이번 금통위엔 직접적인 변수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⑨ 금통위 내부서도 부동산 관련 리스크 언급 늘어
한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금융안정입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격히 불안했던 단기자금시장은 연초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대 변화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입니다. 한은은 대내 리스크로 부동산 경기 위축을 꼽았습니다. 한은은 “부동산 금융 등과 연계된 취약 부문에서 신용경계감이 여전히 높은 만큼 관련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최근 주택가격의 가파른 하락이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1월 금통위 의사록을 살펴보면 대다수 금통위원들이 부동산 관련 리스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줄 영향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뒤 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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