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4세(1959년 생). KT 차기 대표 공모에 지원한 외부 인사 18명의 평균 연령입니다. 18명 중 13명이 60대 이상입니다. 70대 이상도 2명 있습니다. 윤진식(77)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김종훈(71)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주인공입니다. 윤 전 장관은 지원자 중 최고령입니다. 공교롭게도 70대 지원자 두 명은 IT 관련 경력이 없는 여권 출신 인사입니다. 공모가 마감되기 전까진 하마평에도 오르지 않아, 깜짝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죠. 자연스레 정권이 낙점한 인물이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윤 전 장관과 김 전 통상교섭본부장 외에도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지원했습니다. 일찌감치 1호 지원자임을 공개한 권은희(64) 전 의원과 김성태(69) 전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권 전 의원은 KT에서 24년 간 근무했고, 김 전 의원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을 이끈 바 있어 IT 관련 경력이 있습니다만, 모두 여당 출신 전 국회의원입니다. KT 출신 외부 지원자들 중에서도 여당, 또는 윤석열 대통령과 연관성이 언급되는 인물이 많습니다. 이번 공모는 능력 본위가 아닌 연줄 싸움인가 봅니다.
민영화 이후 KT 대표 자리에는 늘 정치권 낙하산 논란이 따라 왔으니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정치권 출신이라도 KT를 이끌 능력이 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통신은 규제 산업이니, 정치권 네트워크를 지닌 CEO가 역량을 발휘할 만한 지점 또한 큽니다. 하지만 의문이 듭니다. 과연 60~70대 ‘올드보이’들이 탈(脫) 통신 시대에 거대 통신사를 이끌 감각이 있을까요.
KT는 낡은 조직입니다. 민영화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현재도 근속연수가 20년에 달하죠. KT를 떠나는 젊은 직원들은 한결같이 “조직이 경직됐다”, “혁신을 말하지만 변화가 없다”고 토로합니다. 통신은 내수 산업입니다. 유선도, 무선도 포화된 지 오래에 인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통신 3사가 한결같이 탈통신을 외치며 신사업에 매진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인공지능(AI)·콘텐츠로 사업 영역을 전환해 종합 ICT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는 것이죠. 기존 통신업에 천착해서는 장기적 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입니다.
때문에 최근 국내 통신사는 젊은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ICT 업계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한 살이라도 젊은 이가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판단일 겁니다. 연임에 도전하는 구현모 현 KT 대표는 주민등록상 1964년 생(59세)입니다. 주민등록을 늦게 해, 실제로는 1962년 생이라고 하죠. 1962년 출생이라 생각해도 대표가 된 2020년에는 58세였습니다. 경쟁사인 SK텔레콤 유영상 대표는 1970년생(53세),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1962년생(61세)입니다. 모두 취임 당시 50대였습니다.
ICT 기업 리더들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합니다. 최근 넷플릭스 창업주인 리드 헤이스팅스(63)는 정점에서 경영권을 물려줬습니다. 1955년 생인 빌 게이츠는 2008년, 53세에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반드시 감각이 낡은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미래의 일은 미래 세대에게 맡기는 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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