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마지막으로 전 세계가 걸어잠궜던 빗장을 거두면서 3년 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은 본격적인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감염병 위기는 글로벌 제약사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목 받는 계기가 됐다. 백신과 치료제의 중요성이 커지고 보건 안보 개념이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팬데믹 기간에는 백신·개발 소식을 알리기만 하면 주가는 널뛰었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10배 이상 상승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산 1호 코로나 백신 출하 소식으로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한 기업들은 예상을 뛰어 넘는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증권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제약사와 바이오텍의 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코로나 기간 동안 양적이든 질적이든 실제 성장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약사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백신·치료제 개발 성공 여부를 떠나 수많은 시도는 경험으로 남았다.
코로나를 지나 엔데믹 국면에 돌입한다는 얘기는 달리 표현하면 코로나로 인한 호황의 시기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관련 기업들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신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기자는 엔데믹이 새로운 바이오 ‘훈풍’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개최된 ‘세계제약산업전시회(CPHI)’,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등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K바이오를 직접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대표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종횡무진 현장을 뛰어다녔다. 비즈니스 담당자들은 빅파마들의 문을 두드리며 쉴 새 없이 투자 유치, 기술수출·도입 등의 논의를 이어갔다. 잠깐은 주춤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바이오 ‘훈풍’이 기대되는 이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