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통적인 성역할 규범을 따르던 여성은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하며 자녀를 양육하고, 삶을 영위했기에 자연 파괴의 위험성을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성이 환경운동의 시초부터 그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지구와 자연을 지키기 위해 힘써온 여성 환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침묵의 봄’으로 전 세계를 강타한 레이첼 카슨, 기후 위기의 인류를 향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 그레타 툰베리가 대표적이다. 산업혁명 당시 더 이상 공장 들어설 자리도 없는 영국 런던 한복판에 녹지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옥타비아 힐, 아프리카에 나무 1억 그루를 심은 왕가리 마타이, 바다를 지키기 위해 투신한 실비아 얼 등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환경운동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여성들이 있었다.
서아프리카 감비아의 이사투 시세이는 지역 여성들에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원 삼아 물건 만들어 파는 법을 가르치기에 ‘재활용의 여왕’으로 불린다. 그의 환경운동은 ‘비닐봉지 하나’로 불리며 작은 노력이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숲·산·호수·바다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승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메다 팟카르는 댐 건설을 막기 위해 단식 투쟁하고, 물이 목까지 차오른 마을에서 28시간이나 농성을 벌였지만 138m 높이의 댐 축조를 막지 못했다. 온두라스의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는 괴한에 의해 암살 당했다. 좌절은 새로운 헌신으로, 희생은 또 다른 열정으로 이어졌다.
책을 관통하는 ‘에코페미니즘’은 자연에 대한 착취가 여성과 소수자 같은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는 방식과 궤를 같이함을 지적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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